티스토리 뷰

Yunee:/Diary―

2017.08.09.

은유니 2017. 8. 9. 17:44

1.

일기를 다시 쓰려고 한다.


내게 블로그는 마치 꺼내보지 않고 서랍장 구석에 처박아둔, 그렇지만 끝내 버리지는 못하고 가끔씩 들춰본 흔적만이 남아 있는 빛바랜 일기장과 같다. 학창시절에는 그래도 이것저것 기록으로 남겼던 듯도 한데, 사회생활을 준비-시작하고부터는 일상화된 일상에서 벗어나기도 그걸 기록할 힘을 갖기도 쉽지가 않더라. 글을 읽고 쓰는 게 일이 되었지만, 일이 아닌 글을 읽고 쓰는 건 또 별개의 힘이 필요하다는 걸 깨닫고 보니 어느새 내가 그동안 일이 아닌 글을 어떻게 써 왔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을 만큼 시간이 지나버렸다. 마음 한켠에는 이곳이 자리하고 있었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또 쓸 말이 없다는 핑계로 흘려보내곤 했다. 다시 정을 붙이는 데는 또 지나온 만큼의 시간이 필요하겠지.


그래도 되도록 많은 기록을 남기려고 노력해본다. 별거 아닌 일에서부터 시작해서 찬찬히 써내려가다보면, 언젠가는 어떤 부채감이나 의무감을 갖고 있던 일들에 대해서도 정리할 수 있겠지. 아직은 차마 정리해나갈 자신이 없어 덮어버리고 말았지만, 조금은 용기를 갖게 될 날도 머지않아 오길 바라본다. 지금은 일단 기다리고 싶다.


2.

늦지 않게 일어나 나오려고 했지만 눈을 뜨니 점심시간을 훌쩍 넘긴 오후였다. 일찍 자야지 했지만 어제도 결국 마지막으로 시계를 확인한 때는 이미 새벽 3시를 넘어 있었다. 몇시까지 일어나야 한다는 강박도, 특별히 해야 할 일도 없으니 한참을 뒹굴거리다가 겨우 몸을 일으켰다. 느즈막히 점심을 챙겨먹고 나와서 카페에 자리 잡았다. 평일 오후 카페는 조용하고 한적해서 마치 어떻게하면 시간을 잘 낭비할까 고민했던 휴학시절로 돌아간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이틀 전 나는 사직서를 냈다. 노트북을 반납하고, 그동안 함께했던 분들에게 인사를 드리고 나왔다. 담담하게 인사하고 나올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래도 정이 들었던지 붙잡아주는 예전 부장들 앞에서 펑펑 울고 말았다.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 하지만 실은 자신이 없었다. 직업에 대한 회의도, 직장에 대한 분노도, 일적인 스트레스도 모두 맞는 말이지만 실은 맞지 않는 말이기도 했다. 지금은 그저 질식할 것 같은 기분에서 벗어나 울지 않고 싶을 뿐이었다.


그리고 나는 다시 그 누구도 아닌 나로 다시 돌아왔다.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나. 어떤 직함도 갖고 있지 않은 나. 무섭거나 불안하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그래도 한편으로는 비로소 마음이 편하다. 돌아갈 곳을 없애는 배수진은 때론 그곳으로 다시 돌아가지 않아도 된다는 안심을 가져다주기도 한다. 당분간은 이렇게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면서 나를 돌보고 싶다. 아프지 않고, 울지 않고, 행복하게 지낼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고 싶다.


3.

회사에 노트북을 반납한 대신 애인님으로부터 아이패드를 선물받았다. 지난 생일선물 겸 3주년 선물. 벌써 그대와 함께한 지도 3년이 됐다니 새삼스레 신기하기도 하다. 새로운 전자기기를 사고 나니 이것저것 준비할 게 많더라. 어제는 스탠드 케이스를 샀고, 오늘은 보호필름을 붙였다. 예전에 쓰던 블루투스 키보드를 꺼내 연결하고, 며칠 전 카카오프랜즈샵에서 득템(!)한 라이언 파우치까지 챙긴다. 이제 어디든 갈 수 있는 완벽한 상태가 됐다. 우하하. 하고 생각해본다.


패드가 있어서 가장 좋은 점이라면 큰 화면으로 넷플릭스를 볼 수 있고, 이북 읽기도 훨씬 편해졌다는 점이다. 물론 글쓰기도! 비록 티스토리에 글을 쓰는게 생각보다 너무너무너무 불편하고, 모바일앱도 웹도 호환이 전혀 되지 않다는 걸 깨달아서 조금 황망한 상태지만 뭐 이것도 적응해갈 수 있겠지. 넷플릭스에서는 요즘 효리네민박을 보고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평화롭고 여유로운 제주의 분위기나, 여행객들의 달뜬 분위기들이 좋아서 최근 챙겨보는 프로그램. 이외에도 빨간머리앤(ANNE with an E)을 다시 보고, 지정생존자나 하우스오브카드도 마저 볼 생각이다. 수트랑 루머의루머의루머(13 reasons why)도 기웃거리는 중. 넷플릭스 최고... 재밌는 거 너무 많다.


아직은 익숙하지 않지만 언젠가는 스마트폰 없던 시절로 돌아갈 수 없는 것처럼 아이패드 없던 시절로 돌아갈 수 없는 몸이 되겠지? 일단은 대단히 만족스러움!ㅋㅋㅋ 애인님 사랑합니다 충성을 바치겠읍니다..


4.

오늘은 책도 좀 읽고 드라마도 좀 보고 들어갈 생각. 가는 길엔 따릉이를 타볼까. 따릉이 후기는 또 다음에!


'Yunee: > Diary―'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7.08.22.  (0) 2017.08.22
2017년 상반기  (0) 2017.07.26
2016년 하반기  (0) 2017.01.22
댓글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   2024/11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Total
Today
Yester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