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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nee:/Diary―

2017년 상반기

은유니 2017. 7. 26. 19:03

1. 익숙하지 않아 발뒤꿈치 까진 게 낫지 않은 상태에서 구두를 신고 하루종일 돌아다녔다. 집에 오는 길에는 발이 너무 아파 죽을 거 같아서 견디다 못해 결국 맨발로 아스팔트를 걸었다. 까매진 발을 씻고 보니 발가락 사이에 물집이 잡히고- 터져 있었다. 굳은살이 배기는 듯하던 발뒤꿈치가 다시 까져 빨갛게 물들었다. 왜 쓸데없는 고통까지 견디며 살아야 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고, 아직 화요일밖에 지나지 않았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오늘 만육천걸음을 걸었다.


2. 요즘 자꾸 가슴이 갑갑하다. 사는게 너무 재미없고 퇴사하고 싶어서 울고싶다


3. 출근하기 싫다 그만두고 싶다는 말을 습관적으로 해도 실제 계획은 세워본 적이 없는데 요즘은 마음가짐이 좀 달라져서 정말 날이 좋은 어느날 문득 퇴사해도 좋을 것 같단 느낌이다.


4. 부서 옮기고 나서 스트레스가 너무 심하다. 매일매일 실수하면 안된다는 압박감과 아무것도 할 수 없는데 뭐라도 해내야 한다는 불안감이나 내일은 또 어떻게 견디나 하는 답답함을 안고 살아간다. 정말 물리적으로 가슴 한가운데 뭔가 뭉쳐있는 기분이다. 못하는 게, 처음이라 뭐든 모르는 게 당연하고, 실수하고 또 아무것도 하지 못하며 지내는 하루하루가 쌓여야 나아가는 거겠지만 버틸 수 있을까 하루하루 심난하고 죽을 것처럼 고되다. 도통 정도 안가고 관심도 안붙는 이야기들이 둥둥 떠다닌다.


전체 근무시간 자체는 그대로고- 사실 근무강도는 더 줄어든 느낌인데(당장 할 수 있는 게 없기도 하고) 어쩐지 피로도는 이전의 두세배쯤 된다. 바짝 긴장한 상태로 출근하고, 마치고 돌아오면 녹초가 돼서 쓰러진다. 언제쯤 "괜찮아" 질까? 평범하게- 편안한 마음으로 산책하고 책읽고 운동하고 게임하며 뒹굴거리다 자는 일상을 좀 더 길게 영유하고 싶다.


5. "우리는 어둠 속에서 새벽을 지나 터널 밖에서 새어 나오는 빛을 보았다. 그 터널을 엄마와 내가 같은 차를 타고 지나왔다." -여중생A


6. 회사는 언제쯤 거지같지 않은(?) 상태가 될까. 내가 퇴사할 때? 퇴사할 각오로 들이박아야 하나 아니면 그냥 가슴 속에 품은 사표를 내야 하나. 열심히 일해도 어느 누구도 알아주지 않고 보상으로 돌아오는 것도 없다. 대체 무엇을 위해 애써왔는지 허탈하고 서럽고 화가날 따름이다. 애초에 소속감을 가진 적이 없지만 있지도 않은 정까지 떨어져 나가며 그저 떠나고 싶다.



반년동안 내 안에 있는 이야기가 정말 이거 뿐이었구나 싶어서 울음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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