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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otion:/From.To.

〈모퉁이〉

은유니 2013. 8. 26. 04:24

"나는 요기 있어요. 그리구 이거는 집이 아니고 요양원이에요. 내 소원은 이렇게 꽃이 많이 핀 요양원에서 꼭꼭 숨어 지내는 거였거든요. 그 욕심에 나는, 내 스스로가 깜빡깜빡 할머니가 됐어요. 일부러, 다 까먹은 척. 한여름에 한겨울 잠바 꺼내주구, 이불에도 오줌 드러붓구, 일부러. 그렇게 하면은, 이집에서 날 받아줄 것 같았거든요. 내가 미친년 행세를 제법 했는지, 그 소원이 이루어질려고 해요. 이 집에서 날 받아줄려나 봅니다. 그런데 인젠 난, 내가 안가고 싶어요. 요 녀석이, 날 세상 밖으로 자꾸 나오라고 해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이 하찮은 늙은이를 필요로 해요. 조 조막만한 게 옷에 단추가 떨어지면 그것도 꿰매줘야 하고, 뒹굴뒹굴 밤새 조잘대면 그것도 들어줘야 하구, 내가 이렇게 할일이 많은데, 어떻게 정신줄을 놔요. 그래서 나는 이제 미친년 행세 그만하고, 벽에 똥칠할 때까지 정신줄 바짝 잡고 살아갈랍니다."


"원래 우리같은 왕따들은 그렇게 표현해요. 그래야 사람들이 봐주니깐."

"동하야 아직도 사는게 재미없냐? 나야.. 아직도 살구 싶지. 백살까지 살구 싶지. 봐, 딱 한발이지. 요 모퉁이만 돌아 한발만 더 딛으면, 저렇게 쨍하니 얼마니 좋은 세상이야. 동하야, 아가, 저렇게 좋은 세상을 코앞에 두고, 여기서 주저앉으면 얼마나 억울해. 이렇게, 두손 꼭 잡고, 가는 데까지 가보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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