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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nee:/Diary―

―말해줘

은유니 2012. 1. 5. 06:38

@Cat's living



학기가 끝난 지 3주쯤 흘렀고, 무언가 잊지 말아야 할 것들을 종종 잊고 지내다가 이따금 다시 생각나서 되돌아보면 무언가 중요한 시기를 놓치고 있었구나 하는 그런 기분이 들어 다시금 다이어리를 사고 다시금 기록하기 시작한다. 나의 하루하루를 기억하기 위해서. 음 ;) 사실 8~9년쯤 전부터 나는 그 당시 내가 가지고 있던 기억과 감정을 잃어버리게 될까봐 두려워했었고, 어떠한 것들도 잃어버리고 잊어버려 좋은 것은 없다고 믿고 있었기에 어딘가에 나의 자취를 남기는 버릇을 들여갔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 별 다른 일도 없었고, 일기를 자주 쓰는 편도 아니었고, 지금 머릿속에 든 무언가가 제대로 정리되지 않은 이상에야 제대로 글을 쓰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리는 편이기는 했지만. 음, 사실은 하고 싶은 것만 기억하고 잊지 말아야 할 것들은 뒷전인 성격탓에 늘 주변과 나 스스로에게 후회될 일이 많았기 때문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그렇게 또 한 해가 시작됨을 다이어리를 사고, 무언가를 적어나가면서 느낀다. 안녕, 스물하나. 그리고 안녕, 스물둘.



이번 학기의 내 생활을 친구는 '망나니'라고 단언했고, 나는 그 표현에 어이없어 하면서도 그보다 적절한 단어를 찾을 수 없다는 생각에 웃을 수밖에 없었다. 9시 반에 시작하는 아침수업을 한 학기 총합으로 3-4주에 가까울 정도로 빠졌고, 동기들에게 필기를 빌리며 간신히 시험을 준비해나갔다. 매주 화요일 새벽에 제출하기로 되어 있는 스무개의 과제 중 제 시간에 제출한 과제의 비율이 절반이 되지 않았고, 그마저도 하나는 끝내 제출하지 못했다. 온갖 핑계거리를 대며 (다른 과제를 하느라) 또 다른 과제를 미루고, 그러다 수업을 빠지고, 그러다 시험을 망치고.

아이러니한 건 가장 열심히 했던 수업을 정말 어이없는 방법으로 가장 낮은 학점을 받았고, 가장 나를 힘들게 했던 수업은 기대 이상의 성적이 나왔고, 가장 선생님께 죄송해했던 수업은 시험 '당일'에야 간신히 필기정리를 마치고 공부했다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좋은 성적이 나왔다. 음, 가장 어려워했던 수업은 아직 학점이 나오지 않아서 기다려봐야겠지만. 어쩐지 전공진입이 끝난 이후로는 성적이랄까, 학교 수업이나 일정 자체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게 되어버린 탓에 그냥 그러려니 하는 기분이다. 그러니까 망나니라는 말이겠지. 너, 이번 한 학기 내내 정신을 어디 빼먹고 다니는 것 같다고, 해야 할 것들을 챙기지 않고 있다고.

사실 잘 모르겠다. 지금은, 무엇이 내게 더 우선이고 앞으로 무엇이 내게 더 가치있는 일로 남을지에 대한 경계와 구분이 분명하지 않은 탓이다. 어쨌든 당시의 나에게는 내일 있을 시험보다 아이들과 약속했던 공부방 활동이 중요했고, 당장 내일 새벽 6시까지 제출해야 하는 과제보다는 교지에서의 회의와 사람들이 중요했고, 일주일에 균등하게 나누어 하루에 몇 시간씩 투자해야만 완성해낼 수 있는 과제를 미리 해놓는 것보다는 그 중간중간에 휴식을 즐기고, 여유를 갖는 것이 중요했으니. 중요했었을까. 그 이외의 선택지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고 불가능했던 것도 아니었지만, 그럴만한 의욕도 욕심도 의미도 없었던 이유도 있을테다. 사실 그건 단순히 게으름이었고, 유예였고, 약속을 깨는 것에 지나지 않았지만 그야말로 이번 한 학기 동안 내게 가장 중요했던 것은 결국 휴식을 갖는 것이었다. 수천 페이지에 달하는 글을 읽고, 당장 기억에 남는 것만 백페이지 이상의 '과제'를 쓰고, 그 두세배 이상의 글을 쓰고, 그보다 많은 시간을 고민하면서 결국 처음의 열정과 생각의 길도 온전한 자신에게 시간을 투자하지 않는 이상에야 끝내 해결해내지 못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다. 포기라는 것을 생각하고 싶었던 탓이었고, 그 나름의 의미를 부여하고 있었기에 버티어내고자 했던 것이었겠지만. 어쨌든 적당히라는 것은 중요하다. 더 듣고 싶은 전공수업이 생겼고, 또 다른 관심사가 생겼고, 그만큼의 고민이 더 생겨났으니, 그래 후회하진 않는다. 다만 곱씹을 뿐.



교지 작업이 한창인데 어쩐지 제대로 진척이 되지 않는 느낌이 한창 들었다가, 간신히 다시 가닥을 잡은 느낌이 들어서 조금은 기운을 차리고 있다. 무언가 정말 하기싫음 바이러스가 온 몸을 붕붕 떠다니고 있는데다가, 고민은 있는데 그걸 혼자만 가지고 있으면서 진척시켜나가지 못하는 상황에 부닥치다 보니까 확실히 스스로 소월했다는 자각이 들어서. 음 ;) 그래도 확실히 회의를 하고 보면, 보이지 않았던 길이 보이고, 생각지 않았던 부분이 해결되어 나가서 지금은 다시 정상궤도로 돌아가기 위해 사그라졌던 기운을 되찾고 있다. 음! 나쁘지는 않다.

지난 번과 마찬가지로 기획을 두 개 담당하고 있고, 마찬가지로 하나는 나로부터 출발하고 하나는 다른 이로부터 출발한 기획이었지만 지난 번보다는 다른 기획자들과 함께 하는 느낌이 강하다. 그만큼 내가 부족한 탓도 있고, 같이 생각해보고 싶은 것도 있고. 기획 이외의 것을 하나 하고 싶지만 나는 어쩐지 내 블로그에 남길만한 글 이외의 것을 제대로 쓸 자신이 없어서 처음 제시했던 논단을 펑!해버리고 나니 아쉬운 감이 크다. 흐ㅠㅠ 회의는 끝났나요나 노려볼까...

다음 주까지는 어쩐지 인터뷰가 두세번 잡힐 것 같다.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약간 들뜨기도 하고 약간 두렵기도 하면서 좀 더 많이 준비해야 겠다는 다짐. 나의 과거와, 현재를 마주하는 것은 언제나 머뭇거리게 되고 또 쉽게 지치지만.



얼마 전 서점에서 큰 의미를 담지 않고 집어들었던 책에 그 잠깐의 순간에 푹 빠져들어서, 정작 찾아보아야 했을 책은 찾아보지도 않은 채 책장과 벽 사이의 좁은 틈에 앉아 '흡수해내듯' 백 페이지에 달하는 한 챕터를 읽어치웠어. 그야말로 충동적으로 책을 샀다. 그랬던 적이 몇 번이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만큼 오랜만에 온 몸의 감정이 소모되는 기분을 느끼면서 그 책을 읽다가 문득 네 생각이 났어. 여러 가지로 닮은 점이 많았고, 같은 것을 좋아하곤 했었지만, 특히나 책 취향이 비슷했던 네가. 불현듯 떠올랐던 네가 마지막 책장을 덮으면서 한참을 손을 떨다가 다시 생각났다.

소설책을 읽는 시간이 점차 줄어들어 나가기 시작했던 2007년부터, 일주일에 한번씩 꼬박 도서관을 가지 않으면 못배길 정도로 수백권의 책을 읽어나갔(고 그럴 시간도 여유도 충분했)던 이전과 달리 점차 선택의 폭이 좁아지고 취향이 분명해지 시작했던 고등학교 시절부터 내게는 그 한 해를 대표할 수 있을 만큼 푹빠져서 헤어나오지 못 했던 책이 한 권씩 존재했었어. 그리고 어쩐지 나는 그 모든 책들을 너와 같이 공유했었고, 지금도 선명하게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도 그 이야기가 주는 전율에 마주보며 고개를 끄덕이던 순간이, 그렇게 문득 떠오르더라. 참, 신기하게도 이 책 역시 네가 좋아해 마지 않으리란 생각이 들었다. 내가 정작 책을 읽기 시작하고, 함께 학교가 아닌 도서관을 다니던 이들은 정작 다른 이들이었지만, 어쩐지 너와는 그만큼이나 취향이 비슷할 수 없었으니까. 이야기를 좋아하는 너였고, 나보다도 책을 사랑해 마지않던 너였으니 이 책 역시 좋아하리란 생각이 들더라.

상처를 많이 받았지만 그만큼 상처를 많이 주었기에, 나는 어쩔 수 없이 이전부터 지금까지 미안하고 또 고마울 수밖에 없다.
잘, 지내고 있으려나. 나는 잘 지내고 있어. 그래도, 그래, 이따금 이렇게 생각이 난다. 그만큼 우리의 삶은 멀리 떨어져 있지만.



나는 그냥 이야기를 하는 모든 사람들을 좋아하는 것 같기도 하다. 자신의 이야기를 가진 사람들을, 그것을 글이든, 그림이든, 사진이든, 영화든, 연극이든, 혹은 그 어떠한 형태든 풀어나가는 이들이 좋은 것 같기도 하다. 마음이 기울었던 것 역시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참 그리던 이였어서.



돈을 벌어야 하는데, 하는데, 하면서 어쩐지 계속 미루고 있다... 애초에 나를 꾸미는 것에 워낙 관심이 없는 사람인데다가, 돈 욕심이 그다지 없기 때문에 큰 필요를 못느끼는 편이지만 부모님께 죄송해서 일단은 과외를 구해야겠다는 생각과, 그래도 과외는 하기 싫다는 생각을 계속 반복하고 있다. 보고싶은 이들은 언제나 멀리 있고, 입력한 가족관계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이상한 이야기를 하는 한국장학재단에게 당황하여 마음이 급해졌으니 결국 어쩔 수 없겠지만. ;) 기숙사는 내게 다시 한 번의 기회를 주지 않고, 학교도 내게 손길을 건네지 않으니.

그동안 받은 것이 많은데 그것을 되갚기 위해서 할 수 있는 게 결국 과외같은 수단이라는 게 조금은 슬프다. 그래. 결국 돈이..



피여라. 꽃이 되어라. 한껏 네 아름다움을 펼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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