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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nee:/Diary―

그 해 마지막은

은유니 2011. 12. 4. 00:38



"I’m really, really sorry I didn’t pick the child up"

나는 사진을 찍고 있다.
마음 내면의 세계에서 비명소리가 들려오기도 한다.
그러나, 지금은 일을 할 시간이며, 나머지 일은 다음에 처리해야 한다고 되뇌곤 한다.
내가 이 일을 할 자신이 없으면 사진기자란 직업을 관두어야 한다.

케빈 카터 (Kevin Carter)




1.
"영화는 세상을 바꾸지 못한다."

2.
<CT-85 사람을 보라> 희망버스 사진전을 다녀왔다. 혜화를 지나 성신여대까지 한 시간 남짓 걸리는 기나긴 거리를 지나 도착한 그곳의 공간은 생각했던 만큼 협소했고, 생각했던 만큼 잔잔한 노래가 흘러나오는 곳이었다. 일부러 찾아오지 않는 이상 카페가 있는지 조차 알기 힘들 것만 같은 위치에서 '별꼴'이라는 이름을 가진 카페는 어쩐지 내가 지나쳐온 거리와는 다른 세상인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모르고 지나쳤더라면 왠지 아쉬웠을, 다음에 기회가 되거든 정기적으로 이루어지는 문화행사에 참여하고 싶을 그런.

기대했던 만큼, 어쩌면 기대했던 이상으로 사진이 주는 이미지는 강했다. 프레임을 담아내는 카메라 너머의 시선을 상상하다 무언가 먹먹해져 한 장, 한 장의 사진에서 눈을 쉽게 떼지 못했다. 결국 마찬가지였을지도 모르겠다. 눈 앞에 펼쳐진 상황을 차마 그저 지켜볼 수만은 없었을, 그렇지만 그 순간을 사진으로 담아내지 않을 수도 없었던, 그래서 그저 먹먹한 기분으로 셔터를 누를 수밖에 없었을.

웃고 있는 그네들의 표정 앞에 오히려 나는 울듯이 표정이 일그러졌다.

3.
나는 그 무엇보다도 글의 힘을 믿고 싶었다. 사진이 줄 수 있는 메세지를 믿고 싶었다. 단 한 장의 사진과 단 한 줄의 글이라 할지라도 그것이 세상을 바꿀 수 있으며, 그들에게 전해줄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고 믿고 싶었다.

실은 잘 모르겠다. 글을 통해 인화학교의 사건을 알렸던 소설 <도가니>와, 그것을 영화화하여 또 다른 반향을 불러일으켰던 영화 <도가니>를 통해서 어쩌면 이 시대의 매체가 가진 힘이랄 것을 느꼈고 한편으로 씁쓸함을 느끼기도 했다. 하지만 영화 감독 황동혁의 강연 포스터는 그런 우리에게 오히려 '영화는 세상을 바꾸지 못한다'고 말했다. 생각해보면 당연한 말일지도 몰랐다. 영화 그 자체만으로는 세상의 그 어떠한 것도 변화시키지 못하고, 그를 통해 불러일으켜진 행동들 역시 결국 세상을 변화시키기에는 부족했을는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굳이 충격이라고 느끼지 않는 것이 당연했을지도 몰랐다.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싶지 않은 것은, 결국 어린 치기이고 이상이고 근거없는 바람이었을지도 모르지만 그것을 믿고 싶었다. 정말, 그랬을까.

4.
처음에는 눈을 감을 수밖에 없었다. 쏟아져오는 그 얼얼한 이야기에 나는 할 말을 잃었다. 그러나 어쩔 수 없이 나는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그저 아득한 기분으로 그것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때로는 한 장의 사진이 세상을 바꾸기도 한다고, 처음으로 그런 생각이 들었던 것도 같다. 정말 그럴 수 있을지 자신있게 답할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그렇게 믿고 싶었다. 믿음은 실제로 무언가를 변화시켜 놓기도 하니까..




5.
참 어렵다. 그냥.
그래도, 나는 다시 눈을 뜰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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