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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nee:/Diary―

참, 나..

은유니 2010. 11. 29. 23:08
그냥 일진이 좋지 않았다. 언제나 그렇듯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가 화들짝 놀라 눈을 떴었고, 돌아서 시계를 보니 이미 수업시간이 지나있었다. 그냥 헛 웃음이 나오더라. 그냥 별다른 미련조차 없었던 것 같다. 아, 이미 30분이나 지났네, 지금 가도 수업 못 듣겠구나. 이러고 오히려 느긋하게 챙겨서 도착하니 12시가 다 되어 있었고, 밤새 끼적인 과제는 두개 다 제출하지 못했고, 출석도 못 했고... 일전에도 1학기 때 수업을 통째로 빼먹은 기억이 두어번 쯤 있었는데, 솔까말 학기말이 되면 나 자신도 나를 추스를 수가 없어서, 어느 순간부터 그냥 그렇게 되어버리는 것 같더라. 이전에도 과제를 하다가 아침이 되어서야 잠이 들었는데, 일어나니까 수업시간이 되어버려서, 아마 울 것 같은 표정을 지었던 것 같은데, 어떻게 해야 할바를 몰라 미친듯이 뛰어갔었는데... 오늘 뛸 기운도 안나서 그냥, 이대로 끝나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쁘게 사는 것도 좋고, 여유를 부리는 것도 좋지만 일단 그 모든 것의 전제는 심리적인 상태가 어떠한가에 달려있는 것이 아닐까. 그니까 그냥, 단순히, 기운을 낼만한 사건이라던가 그런게 생기지 않으니까. 매말라버리는 것 같아서. 그냥 문득, 아, 엄마가 보고 싶다, 라는 생각이 드는 그런 기분. 그럴 때마다 그냥 허실히 웃고, 그런 나 자신이 우스워서 또 웃고, 뒤돌아보면 시간만 죽- 흘러있는 그런 때. 변해야 하는 것이 나 자신이라는 것을 절실하게 알고, 그래서 언제나 노력해야한다는 다짐을, 다짐만을, 반복하는데.

그냥 아무 이유없이 혼자 있으면서, 사람들과 함께 있어도 왠지 그립고, 그런 때.


배우는 건 좋은데,
세상을 더 넓혀나가는 것도 좋은데,
일단 나의 세상을 다듬는게 먼저잖아.
근데 그럴 시간을,
그럴 따스함을,
왜.
주지 않고서.

어린 애 같은 마음이지만 나는 그냥, 나는 당신 없이는 이렇게 체온이 방전되어서 오래 버티지 못하는데, 당신은 나 없이도 그렇게 쉽게 살아가는 거 같아서 그게 싫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보이지 않을 만큼 멀어지는게 싫어. 그게 나쁜거야? 모르겠어. 눈이 내렸는데, 그 새하얀 빛보다도 추위를 먼저 느끼는 게 그냥 싫었어. 그게 안 좋은거야? 나는, 정말, 모르겠어.

답은 존재하지 않아?
당신은 나를 생각해? 생각하고 있어?
아니면 그냥, 나만, 이렇게, 생각하는 거야?
왜.
나를 되돌아보지 않아?

누군가의 아픔에 대해서 무기력한 것이 나는 굉장히 싫은데, 생각해보니 더 이상 나를 필요로하지 않는다는 것만큼 싫은 건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 더 어리광부리고, 그래서 더 붙잡고 집착하고, 혼자서 그냥 기다리다가, 마음 졸이다가, 왜 아무런 대답이 없는 것일까. 내가 그렇게 잘못한 것일까, 수십번을 고민하고 또 고민하다가. 좋은 사람이고 싶어. 하지만 상처받는 건 싫어. 따뜻한 사람이고 싶어. 하지만 따뜻함을 전해받고도 싶어. 어째서일까, 타인의 행복을 나 자신의 온전한 행복으로 만들지 못하는 것은. 어째서일까, 나의 행복을 타인에게 전달하지 못한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상처주는 것은.

보고싶어...


근데 사실 그게 누구인지도 모르겠어.
그냥, 문득, 울고싶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말 없이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어깨를 빌려줄 수 있는 그런, 이들이




따뜻한 핫초코,
따스한 웃음,
체온이
그리운 것일지도...
책 속에서 뒹굴거릴 수 있었던 그 마음이,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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