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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룡마을 답사

은유니 2010. 9. 19. 11:45















판자촌 맞은 편에 보이는 빌딩들이 참 모순적이네요..



버스에서 내렸을 때, 문득 든 생각은 여기는 대체 어디일까 하는 것이었다. 내가 알고 있는 서울의 모습에는 전혀 포함되지 않았던 또 다른 세상. 높은 빌딩과 수없이 많이 지나다니는 차들 속에 가려져 직접 찾아가지 않는 이상에야, 그 곳에 들어가 직접 마을의 모습을 보지 않는 이상에야 발견할 수도 없는 그곳. 서울시 강남구에 위치한 구룡마을.

철거된 집들이 보였다.
철거될 예정이라던 안내판이 보였다.
방치되어 있는 쓰레기 더미가 눈에 들어왔다.
쉽사리 안에 들어갈 마음을 먹지 못할 듯한 집들이 보였다.
그리고 우리로서는 상상하지 못할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인기척조차 거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예상과는 달리, 많은 사람들이 그곳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고 집을 고치고 있었고 일하러 나갔던 어른들이 또 학생들이 다시금 집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오랜 시간동안 마을에서 지내 서로의 얼굴은 거의 다 알고 있다며 우리들을 경계하는 마을 어른들이 있었다. 그러나 꿋꿋하게 아이들 셋을 키워내고 노부모를 모시고 사는 분도 계셨다.

개발정책과 그들이 갈등하고 있는 그 이면에는 생각지 못할 복잡한 일들이 많이 꼬여 있는 듯 했다. 이해하면서도 이해할 수 없는 부분들이 많이 있었다. 학생들이, 기자들이 아무리 자주 왔다간다 한들 우리들의 사건은 해결되지 않는다며 회의적인 시선을 가지고 계셨다. 더이상 개발에 대해 아무런 기대를 하지 않으셨다. 다만 가족들 함께 살 수 있는 집 한평의 소중함을 너무도 절실히 바라고 계셨다. 과거의 어느 사건 때처럼 혹시나 쫓겨날까봐 전전긍긍 하시면서도, 그래도 정부가 설마 거주민들을 그렇게 쉽게 내쫓지는 않을 거라면서 하루 빨리 해결이 되었으면 좋겠다던 아주머니.

그 분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사실상 아무 것도 없다는 것에서 오는 절망감.
이런 곳이 있다는 것도 알지도 못하고 지냈다는 것에서 오는 죄송스러움.
그리고 아무 관련 없는 '나'는 이렇게 잘 지내고 있다는 우스움.


멀리, 멀리 돌아 겨우 도착한 그곳에서 그래도 한 줌 희망의 빛을 발견하려 노력하는 것이 그다지도 잘못된 것일까... 건너편에는 개발이 완료되어 수많은 빌딩들이 들어서 활기가 넘치는데, 햇빛마저도 쉬이 눈을 가리는 이곳에서는 왜 웃음소리조차 쉽게 들려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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