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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2.14 경주 여행

은유니 2009. 12. 17. 16:58


수능 끝나고 나면 여행 갈거라고 벼르고만 있다가 결국 못 갈 것 같아서 '우리 놀러 갈래?' 하는 한마디에 콜!을 외치고는 토요일 저녁에 결정해서, 일요일 하루동안 정보 찾아보고 월요일에 부랴부랴 다녀왔습니다 :-D 둘이서만 가는 여행인데다가 학생이다 보니 멀리는 못 갈 것 같아 선택한 것이 경주 시내 주요관광 코스. 일단은 만 18세 이하이니까 학생 요금을 받을 수 있을 때 갔다와야 하지 않겠어요? 후기 시작합니다 -!


진주에서 경주로 가는 직행 버스가 생긴지 얼마 되지 않다보니 운행 횟수도 적고 요금도 제법 비쌉니다. 진주-경주-포항을 거쳐 버스가 다니는데 거의 2시간 간격으로 한 대씩 있는 것 같아요. 아침 7시 55분 차를 타기 위해 수능 끝나고 처음으로 학교 가는 시간에 일어났습니다. 겨울이다보니 바람이 많이 불어서 오들오들 떨었지만 그래도 하늘이 맑아서 아침부터 참 예뻤어요 :-)
시외버스 터미널 도착해서 친구를 만나 표를 구입. 진주에서 경주가는 요금은 10,500원이고, 저희는 학생 할인을 받아 8,400원을 주고 표를 샀습니다. 경주까지는 2시간 20분정도 걸린다길래 멀미 할까봐 급하게 정류장에서 멀미약을 사먹고는 차에 올라타 잠을 청했습니다. 두근두근 거려서 전날 밤 잠도 못 잤거든요 ㅠㅠ<


신라의 도시인 만큼 경주 톨게이트를 지나자마자 주변에서 전통가옥 형식을 본딴 건물들을 많이 볼 수 있었어요. 벽돌담에 기와집이 정겨워 부스스 눈을 뜨자마자 옆쪽 창문을 보고 사진을 찍었습니다. 조금 흔들려서 아쉬운 감이 있었지만, 도착하자마자 들뜨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이게 웬 일. 우리 여행이 삐걱되기 시작한 건 친구 휴대폰으로 담임 선생님의 전화가 걸려왔을 때였습니다. 분명 화요일까지는 후배들 기말고사 때문에 떠드는 3학년들은 학교에 오지 말라고 하셔서 괜찮겠거니, 하고 놀러왔는데 갑자기 걸려온 전화에 둘 다 당황했구요.. 그것도 마침 10시 즈음이다 보니 출석을 모두 마쳤을 무렵이라 어쩌지 어쩌지 하다가 부재중으로 남겨버렸어요. 잠시 뒤 전화를 했었는데, 알고보니 수시 결과를 묻는 씁쓸한 전화 한통(..) 에라이ㅠㅠ 이게 뭐야, 하고 웃다가 시외버스 터미널 근처에 있는 관광안내소에 들려 여행안내 책자를 하나 받았습니다.

앞쪽으로 조금만 걸어나오면 안내소가 있는데, 괜히 둘이서 여행하는 게 민망해서 수북하게 쌓여있는 책자 하나를 들고는 낼름 밖으로 나왔습니다.... 근데 여기가 어디야(..) ㅋㅋ 좀 헤매다가 겨우 안내 표지판을 찾았어요.
◁경주 홈에서 가져온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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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지 곧곧에 가는 방향과 거리가 적혀 있어서 찾아다니기는 참 쉬웠습니다. 차를 타기엔 너무 가까운 거리들이라 이왕이면 자전거를 대여해서 다니는 것을 다들 추천하시더라구요. 걷기에는 힘이 들고 자전거를 타면 금방이다보니... 터미널을 나오자마자 주변을 둘러보면 저렇게 자전거 대여점이 많이 있습니다. 경주 시내 관광 코스를 따라 자전거 도로가 설치되어 있어 자전거를 타고 다니기 참 편했어요. 대여요금은 1인당 7천원 정도로 조금 쎈 편이었지만 하루 여행을 위해 투자! 10시 반 쯤 빌려 5시 이전에 반납하면 된다고 하셨습니다. 친구 녀석이 자전거를 못타는 데다 두대를 끌고 다니면 불편하지 않을까 싶어 2인용 자전거를 빌렸습니다. 제가 운전하고 친구는 뒤에서 열심히 밟고(..) ㅋㅋ 자전거 타는 게 덕분에 제일 재밌었어요. 막 헤매고 넘어질뻔 하고 방향 잘 못 잡고 하면서 둘 다 거기에 재미 붙여서 나중에는 한참 웃었습니다. 그리고 저희는 첫번째 여행지인 대릉원(천마총)으로 Go 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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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관광은 대체적으로 요금이 쌉니다. 거의 다들 '보고 사진찍고 그냥 지나치는' 관광지다 보니까 그런것 같아요. 대릉원은 성인 요금 1500원, 청소년 요금 700원, 어린이 요금 600원 입니다. 터미널에서 1.7km 정도 거리인데 자전거로는 10분도 채 안 걸려 도착했습니다. 대릉원은 신라 고분군인데 그중 천마총만 유일하게 개방하고 있는 고분이래요. 발굴 과정에서 부장품 가운데 자작나무 껍질에 하늘을 나는 말이 그려진 말다래(말을 탄 사람의 옷에 흙이 튀지 않도록 가죽 같은 것을 말의 안장 양쪽에 늘어뜨려 놓은 기구)가 출토되어 천마총(天馬塚)이라 부른다고 해요. 천마총은 내부에 구조 설명과 발굴물이 전시되어 있는데 전시물은 복제품이고, 진품은 국립경주박물관에 있다고 합니다. 그래도 아쉬운 김에 금관, 새날개 장식, 금동유물 등을 구경하고 나왔습니다. 겨울에 와서 되게 스산하긴 했지만 그래도 햇볕은 따스한 게 산책하기는 좋았어요. 국사 공부하면서 배웠던 '돌무지 덧널 무덤'이니 '굴식 돌방 무덤'이니 이야기를 하면서 걷다가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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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자전거를 열심히 밟다 보니 나오는 이 익숙한 캐릭터는 뭐지?! 하면서 다가가다가... 아니 이것은 우리 춘추공 아닌가! 하면서 내려서 후다닥 사진을 찍었습니다ㅠㅠ 아고, 이거 너무 귀엽네요 ! 경주시의 캐릭터인거 같은데 요즘 한창 선덕여왕 때문에 '덕만공주와 춘추공'이라는 별칭을 붙여줬습니다. 덕만공주의 썩소 때문에 차마 곁에 가 사진은 찍지 못하고 구경만 ㅋㅋㅋ 우린 춘추공만 좋아해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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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다음 찾아간 곳은 첨성대였습니다. 자전거로 5~10분 내로 도착할 수 있어요. 첨성대는 성인 500원, 청소년 300원, 어린이 200원으로 요금이 있으나 마나라고 생각할 정도로 싼데다가 바깥에서도 충분히 구경할 수 있어요ㅠㅠ 의미가 없잖아(..) 첨성대는 선덕여왕 때 만들어진 동양에서 현존 최고의 천문 관측대입니다. 봄에는 꽃밭이 조성되어 있고 밤에는 조명도 설치해 놓은 것 같아요. 사진으로만 봤었던 첨성대를 실제로 보니까 생각보다 컸어요. 친구와 바깥에서 반쪽짜리 면만 구경하면서, 저기 어떻게 들어갔을까 입구도 없는데 저기 창문으로 추정되는 곳으로 사다리 타고 들어간 거 아냐, 하는 실없는 이야기를 나누다가 찰칵. 근데 집에 와 찾아보니 진짜 친구 말이 맞네요..ㅠㅠ 사다리 타고 들어갔었구나! 사진으로만 보던 걸 사진 그대로의 모습으로 보는 것 같아서 좀 색다른 감이 없네요 :-)... 뭐지. 그래도 곡선이 되게 예뻤습니다.

여기서 오른쪽으로 돌리면 계림이 있습니다. 경주 김씨의 시조 알지가 태어났다는 전설이 있는 곳이라는데 봄 가을에 참 예쁘다고 해요. 저희는 겨울 여행이다 보니 낙엽도 다 지고 쓸쓸할 것 같아서 그냥 지나쳐 왔습니다. 다음에 가을에 올 수 있으면 한 번 와보고 싶네요. 주변에 월성과 내물왕릉 등이 있습니다. 계림은 물론 숲이다 보니 입장료는 무료!



두개의 사진을 이어붙이다 보니 물 색이랑 하늘 색이 달라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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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기대하던 이곳이 임해전지(안압지)입니다. 입장료는 성인 1000원, 청소년 500원, 어린이 400원입니다. 임해전을 비롯한 신라시대 건물이 복원되어 있고, 나머지는 시대가 달라 모형만 전시되어 있습니다. 모형만으로도 솔직히 머리로 상상이 안 갈만큼 큰 규모였던 것으로 보여요. 안압지는 문무왕 때 조성된 연못으로 연회를 베풀곤 하던 곳인데 원래 명칭은 월지였다고 해요. 그런데 조선시대에 폐허가 된 이곳에 기러기와 거위가 날아들어 안압지(雁鴨池)라는 명칭을 갖게 되었답니다. 겨울이라 여기도 쓸쓸하겠지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지만 기대 이상으로 예쁘고 아늑한 곳이었습니다. 산책하기에 너무 좋았어요. 연못에는 새들도 왔다갔다 하고, 연잎들도 있었는데 여름에 꽃이 필 때 왔으면 되게 예뻤을 것 같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멋졌습니다. 햇빛을 반사하는 연못이 예뻐서 발길이 제일 떨어지지 않았던 곳이었습니다. 꼭 추천하고 싶은 여행지! 이곳에도 조명을 설치해 놓아 밤에 화려하게 빛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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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다음으로 찾아간 곳이 이곳 국립 경주 박물관입니다. 오는 길은 역시 가깝습니다, 요금도 성인 1000원, 청소년 500원이고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관람할 수 있습니다. 한국에 박물관이 세워진지 100주년인가 하는 기념행사로 2009년에는 모든 국립 박물관 관람료가 무료라고 하니까 가보셔요 :-D 근데 왜 내부 사진이 없냐구요? 사진을 못 찍게 되어있으니까 그런거냐구요? (전 그렇게 착하지 않습니다ㅋㅋ 플래시 안 터지게 한장은 찍고 나왔겠지요)
 ...월요일은 휴관이랍니다ㅠㅠ 저희 여행의 삐걱거림의 전개가 위기를 맞은건 바로 그 점이었습니다. 급하게 준비한 여행, 관람시간은 커녕 휴관일 조차 챙겨보지 못했어요.. 덕분에 1시간 반~ 2시간 정도는 구경하지 않을까 싶었던 박물관 바깥 구경만 실컷 했습니다. 우와 바람은 엄청 불지, 점심 때라 배는 고픈데 주변에 먹을 거리는 없지, 안에 들어가고 싶은데 제발 좀 열어줘ㅠㅠ를 아무리 외쳐보아도 열릴리 없잖아... 되게 슬픈 여행지였습니다. 복제품도 대충 보고 왔는데 진품 못 볼 거면 좀 더 자세히 뜯어보고 올걸, 하고 후회도 했구요(..) 자전거로 닿지 못하는 불국사에 있는 석가탑과 다보탑 '모형'과 그외 기타 불상들과 성덕대왕신종을 구경하고 왔습니다.

그래도 한가지 신기했던 게, 국사 공부를 하면서 '탑들 사진으로 보면 되게 별 거 아닌 거 같지? 실제로 보면 크기가 어마어마해서 위화감이 느껴질거야' 라고 하시던 말씀. 이건 그렇게 큰 것도 아니고 겨우 3층 석탑이었는데 우와.. 크기에 확 질려버리더라구요. 교과서에 들어갈 사진은 전면으로 전체사진을 찍어놓고 3~4cm 정도로 줄여버리니 몰랐는데, 이래서 실제로 봐야한다고 하는 건가 봐요. 그리고 꽤 멋졌어요. 다보탑은 10원에 그려져 있는 모습과 비교해 보면서 킬킬거리고, 성덕대왕신종은 무늬 감상하고 나름대로는 재밌었습니다.

국립박물관이 휴관하리란 예상은 한 적이 없는데 되게 허탈해서 무슨 말도 안 나오고, 사과를 한 입 배어먹으며 나머지 시간을 어떻게 보내나 하다가 예정에도 없던 황룡사지와 분황사를 찾아 떠났습니다 ㅋㅋ 저희가 뭐 그렇죠 ㅠㅠ


그래서 여기가 얼떨결에 가게 된 황룡사지를 지나쳐 오다 찍은 사진입니다. 황룡사는 몽고 침입기에 불타버렸다고 했던가, 아니면 다른 전쟁이었던가 아무튼 그래요. 황룡사에 있다는 9층 목탑은 그 황량한 벌판에서 위치만 보고 아 여기가 그곳이구나 하고 고개 끄덕이고 나왔습니다. 여기요? 허허벌판이에요, 아무것도 없어요. 열심히 달렸지요... ㅋㅋㅋ 그래도 재밌었어요, 친구끼리 갔으니까 둘이서 '야, 어기 어디야?' '어디로 가야해?' '우리 밥은!!' 이러며 적잖이 당황하긴 했었지만요. 봄이나 여름에 왔으면 꽃이다 나무다 그래도 돌아다니기 좋았겠지만 허허벌판이에요, 바람만 많이 불고 추워서 바들바들거린 기억 밖에 없습니다.. 흑.


이곳이 바깥에서만 구경한 분황사. 선덕여왕 때 건립되어 원효와 자장 등의 유명한 스님이 계셨던 절이라고 합니다. 입장료는 성인 1300원, 청소년 1000원, 어린이 800원이구요. 중국의 양식을 본따 우리나라에서 만들 수 없는 벽돌을 진짜 돌을 깎아 만든 전탑양식 탑이 있는 곳으로 기억합니다. 원래 벽돌은 황토를 구워서 만드는 건데 우리나라에서는 황토가 흔하지 않으니까요. 그리고 여기 탑은 진짜 집처럼 생겼어요ㅋㅋ 신기해요. 그외 다른 건물들도 있었던 것 같은데 이때부터 배곯은 저희들은 먹을 거리를 찾아 헤매던 시기였기에 입장료도 내기 귀찮아 밖에서만 구경했습니다ㅠㅠ 아우 조금 아쉽기는 하지만 사람도 없고 쓸쓸해서 왠지 들어가기도 망설여지더라구요..

그래서 결국 지도를 한참 찾아서 경주역을 찾아가 근처에서 라면으로 대충 끼니를 때웠습니다..ㅋㅋㅋ 여기까지 와서 왜 라면이냐고 묻지 마세요. 얼마나 맛있는데요(..) ㅠㅠ 아, 경주역도 되게 예뻐요 :-D 지쳐서 그런지 사진을 찍는 걸 잊어버려서 그렇지... 그리고 나머지 시간은 시내를 조금 돌아다니다가 자전거를 4시 조금 넘어서 반납하고 터미널에서 4시 50분 차로 돌아왔습니다. 다른 곳을 한군데 쯤 더 둘러보고 싶었는데 근처에 있는 건 대부분 왕릉이고 그마저도 차 시간이 애매해서 그냥 포기해버렸습니다. 중간에 박물관 못 갈줄 알았으면 포석정이랑 무열왕릉 등등 둘러보고 오는 거였는데! 오는 길에는 친구도 저도 지쳐 잠들었습니다. 자전거 여행이라 재밌긴 한데 이래저래 몸이 고생이네요, 하하하..

다음에 아버지와 함께 여행올 때는 진짜 대표 관광지인 불국사와 석굴암, 신라 밀레니엄 파크, 신라 역사 과학관을 가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꼭 국립경주박물관 가보고 말거에요 ㅠㅠ 이러기야, 왜 월요일날 쉬는 건데! 흐끅.


여행경로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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