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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휴가
감독 김지훈
출연 김상경(강민우), 안성기(박흥수), 이요원(박신애)
개봉 2007 한국, 125분
그날의 작전명, '화려한 휴가'
처음 시작부분에서, 아무런 설명도 없이 뜬금없이 진행된 국군의 진입은 조금 어색해 보여서 연결성이 좀 없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충분히… 좋은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속에 많은 것을 내포하고 있고, 가상이면서 또한 현실을 다루고 있기에 우리들에게, '한국인'에게 여러가지 의미를 시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계엄군의 돌입과, 대학생과 민간 시민들을 향한 학살, 그리고 광주 시민들의 항거, '폭동'으로 치우된 그 수많은 항쟁들. 그리고 그 속에서 아무런 이유도 모르고 죽어나갔던 수많은 사람들. 죽음, 죽음, 죽음…. 끝없는 학살.
'폭동'이라는 이름 아래 수십, 수백의 사람들이 죽어나가고, '진압'이라는 이름아래 끝없이 말살당해야 했던 그들에게 우리들이 할 수 있는 말은 무엇이 있을까.
광주의 5월을 그려 내면서도, 이 영화는 정치적인 문제를 많이 드러내고 있진 않았다. 절대적인 권력을 탐하는 국군과, 민주주의의 열망을 토하는 국민들, 그리고 무력한 정부. '화려한 휴가'는 그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아주 작고 작은 광주 시민들 한사람, 한사람의 이야기이다.
영문도 모른 채 죽어야 했던 고등학생과, 그의 죽음으로 인해 일어나는 눈물을 감추고서 증오를 표하는 그들의 친구, 자신의 삶의 터전이 불타오르는 참담한 모습을 봐야 했던 시민들, 그들의 울음을 대신해 일어나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한 채 그들과 함께 싸운, 순박한 웃음을 짓던 아저씨들, 돌아오지 않는 아들을 기다리던 늙은 어머니, 길바닥에서 차갑게 식어가는 아버지의 시신을 붙잡던 꼬마아이, 아이들을 지켜주려 했던 선생님, 그 선생님의 손 아래 부들부들 떨며 목숨을 부지한 어린 학생, 군인이면서 군의 잘못된 명령에 항거하려 했던 계엄군, 그 수많은 사람들의 상처를, 죽음을 돌보려 했던 의사들, 그들에게 자신의 피를 건네며 애써 웃음지어 보이던 작은 사람들..
그런 사람들의 작은 이야기이다. 역사책에서는 드러나지 않았던, 그런 그들의 아주 소박하고도 또한 위대했던 사람들 하나 하나의 이야기였다.
영화를 보면서 내내 끊이지 않는 총소리에 계속해서 움찔 움찔 해야만 했다. 총소리, 폭탄소리, 그리고 울음소리.. 그 속에서 그들의 작은 웃음소리는 왜 더욱 빛났던 것일까. 그렇게도 한없이 슬프게 들리는 웃음소리가 어디 또 있을까.
바탕의 배경이 무엇이었든 간에, 그러한 의도가 무엇이었든 간에, 결국 이렇게 끝나버린 그날 광주 사람들의, 계엄군의 군인들 하나 하나의 죽음에 무슨 의미가 있었을까. 그 어떠한 이유를 대면서 타인을 죽일수 있었던 것인가. 결국 그 무엇이든 간에, 죽음으로써 모든 것을 갚아라는 건 참 쓸쓸하고도 슬펐다.
명령으로 인해 사람들을 죽여야 했던 군인들이나, 그러한 명령을 이기지 못해 죽었던 군인들이나, 그런 계엄군이 향한 총에 죽어나간 시민들이나, 그로 인해 계엄군에게 총을 겨누었던 시민들이나..
그 모두에게 그날은 얼마나 쓸쓸한 하루였을까.
그 무엇이 사람의 죽음의 이유가 될 수 있을까.
우리들에게 감히 남의 삶을 끝내버릴 권한이 있었던가.
그들의 '화려했던 휴가'는 지독한 삶의 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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