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련회 갔다왔습니다. (4/18~20) 사실 집에 온지는 좀 오래 됬지만 후기 적기가 귀찮아서.. ―
남해 미조면 송정리에 있는 청소년 수련관이라던가.. 아무튼, 갔다왔습니다. 뭐랄까, 교관 선생님도 없었구요, 학교 선생님들이 전부 하셨어요. 1반에 3,13,23,33번 2반에 3,13,23… 이런 식으로 학교에서 반이랑 조도 다 짜놓고.. (숙소랑 차까지 다 정해져 있어서 대략난감. 전혀 모르는 아이들이랑 같이 밥먹고 자고) 올해로 24회라는 삼현수련회. 2박 3일간의 멋진 시간이었습니다, 나름.
오랜만에 바다에 가서 발도 담그고 놀았고, 학교에서 준비한 놀이들은 되게 재밌었고, 선생님들 색다른 모습도 보고, 남해 금산 오르는 건 힘들고 발에 물집 잡히고 말도 아니었지만 꽤 기분은 좋았어요. 정말이지 우리 학교만의 수련회다 싶어서 재밌었어요, 힘들었지만.
이 밑으론 2박 3일간의 일지.
첫날엔, 남해 도착하자 마자 멀미해서 혼자 울었구요 (..) 점심먹고 수련회 반별로 모여서 담임선생님과의 대화하고, 자기소개하고.. 흠, 원래 오시기로 하셨던 선생님이 안오시고 자칭타칭 찰리 샘이 오셔서 369게임 했어요. 369게임이 뭐냐면서 친구들이랑 투덜투덜. (23년전에도 369게임했었다나) 그러고나서 체육복 갈아입고 운동장에 모여서 극기훈련.. 앞으로 누워, 뒤로 누워, 굴러, 뜀뛰기, 기타 등등.. 우리가 훈련병이냐 ㄱ-.. 그리고 잠깐 자유시간 나서 바닷가 가서 놀았습니다. 뭐, 저는 친구랑 둘이서 "쟤네들 체력이 남아도나봐"하며 멀리서 지켜보고 있었지만요. 그리고 모여서 저녁먹는데 .. 아, 첫날부터 밥이 왜이래. 밤엔 모여서 추적놀이라나 그런걸 했어요. 피라미드 쌓기, 세족, 공튀기기, 장님놀이, 우리는 하나, 퀴즈, 퍼즐맞추기…. 장님놀이랑 우리는 하나가 제일 재밌었어요. 푸하핫. 우리는 하나라는 게, 조별로 모여서 꽃을 피우는 거랄까 아무튼 그런거였는데, 다른 조는 다 끝나고 가는데 우리 조만 혼자 헤매여가지고 어리벙벙 했었달까. 세족도 서로 어색하고 무안하긴 했지만 기분 되게 좋았어요. 다른 사람의 발을 씻겨 준다니.. 그러고 한참 반 구호랑 반가 부르며 바다에 자는 물고기들 깨우다가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 2, 3평쯤 되려나? 그런 방에서 12명이서 자는데 ..ㄱ- 진짜 시체자세로 잤어요.
그리고 둘째날, 5시간정도 잤나, 새벽 6시에 방에 설치된 스피커로 '기상!'하는 소리 듣고 전부 일어나 새벽부터 운동장에서 체조하고, 아침엔 다같이 쌩쌀 씹었습니다.. 이래서 소화 되려나. ㄱ- 그리고 바로 모여서 남해 금산에 올랐어요. 정상까지 한시간 반정도 걸렸다나. 아 진짜, 바위산이어가지고 다리는 후들거리지, 발목은 접질렀지, 발에는 물집 잡혔지. 그래도 정상 올라가니까 '우리가 이렇게 높은 곳엘 올랐던가' 싶어서 혼자 피식 웃었습니다. 정말 우리가 놀던 바닷가가 되게 쪼그맣게 보이는데, 조금 뭉클. 정상에서 사진찍고, 점심먹고 내려왔어요. 부실한 도시락, 그래도 뭘 마다하리. 그러고 애들 다 초췌해져서 3시까지 휴식.. 다시 운동장에 집합해가지고 백사장놀이인가 했어요. 원래 다섯가지 놀이를 한시간에 하는 거였는데, 시간 부족으로 3개 밖에 못했어요. 반대결로, 굴렁쇠 릴레이, 통에 물 빨리 채우기, 오리발 신고 릴레이 .. 신발 양말 다 젖고, 오리발 달리기 하면서 파도에 바지까지 젖어버렸지만 재밌었어요. 진짜 꼬맹이들 처럼 막 웃으면서 놀았달까, 어느새 산에 갔다온 아픔은 저멀리 사라지고.. 저녁먹고 나서는 수련회의 메인코너 캠프파이어 ! 사실 친구랑 '이벤트 왜 불렀어, 선생님들이 하시면 더 재밌을텐데' 하면서 투덜거렸지만. 애들 장기자랑은 나름 웃겨서 볼만했지만, 역시 잊을 수 없는건 매일같이 '귀찮아' 포스를 풍기시던 영어 선생님의 강원도 아리랑 ㅠㅠㅠㅠㅠㅠ!! 아아, 진짜 반해버릴 것 같았달까. 머리는 부스스 해가지고 노래 부르는데, 주x근샘 최고 ;ㅂ; !! 장작에 불 붙일 때 선생님들이 멋지게 준비해주신 삼현 마크의 폭죽이라던가, 촛불의식 때 방송부 아이들과, 학년부장 선생님의 뭉클한 멘트라던가. 뭐랄까, 정말이지 우리들을 위해 힘쓰셨구나 싶어서 그것 때문에 혼자 배시시 웃었어요.
마지막 날엔, 다들 '아 이제 집에가는구나' 싶어서 풀어져가지고, 아침부터 기합받고(..) 그리고 진로에 대한 강의를 들었는데, 피곤해가지구 반은 졸고, 반은 멍하니 듣고 .. 하하 ; 수련회 마지막 밥을 먹고, 그리고 마지막 극기훈련도 받고 ^^++++ 그러다 보니 어느새 차에 타서 진주로 향하고 있더군요. 집에 와서는 샤워하고 저녁 6시부터 아침 7시까지 풀로 잤습니다. (무려 열세시간)
그리고 토요일날 학교 가는데, 애들 다 다리 뭉치고, 얼굴엔 피로가 쌓여가지고 아하하 ; 최고의 볼거리 였달까요. 색다른 즐거움이었습니다, 이번 고등학교 수련회는. 수련회였지만, 수련회 같지 않게 재미있었구요, 선생님들 마음 약해서 극기훈련은 많이 안시켜서 그럭저럭 지낼만 했습니다. 단지 우리집 밥이 그리웠고, 내 방이 그리웠을 뿐.. 가기 싫었고, 피곤해서 죽을 것 같았지만, 뭐 그래도 갔다 오고 나니까 나름 의미 있는 3일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