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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nee:/Diary―

죽이기.

은유니 2007. 2. 20. 22:56


그래 그래 그래 그래 계속해,


처음에 '돈 되는 과를 가야지' 하는 말에 의한 퍼스트 어택,
그리고 '그냥 아빠 말대로 법대 한번 가봐' 라는 말에 스매시,
'애들은 부모 말에 따라야지, 자기 생각이 어딨냐' 라는 말에 크리티컬.
푸후후. 웃음밖에 안나온다, 당신도 그런 사람이었나 싶을만큼.

그래, 겨우 그거였구나. 결국 그거밖에 안되는 거네.

초등학생 때 그 꼬맹이를 데리고 '검사가 되어라' 라고 말할때부터 알아봤어야 하는건데.
아무것도 모르는 그 꼬맹이는 그저 고개를 끄덕이곤 했었어,
그래 단순하게 '부모의 웃음을 얻고 싶었으니까.' 단순히 그것 뿐이었는데.
이제 조금 자라고 나니까 과고가 어떻느니, 이과가 어떻느니.
아아, 그래. 결국 당신이 원하는 건 돈과 명예, 그뿐이었던 거구나.
피식 웃음밖에 안나온다 어쩌면 좋지?
검사가 되어라고 해놓고 이과를 가라는 건 또뭐냐, 그건 명백한 모순인데.

한가지 물어보자, 당신은 '검사 딸' 을 갖고 싶은거야,
아니면 '자신의 딸이 검사가 되었으면' 하는거야.
뭐, 어차피 거기서 거기인가. 푸하하, 그래 결국 그거 뿐인거구나.
도덕 시험지의 '옳지 않은 것을 고르시오' 에 정답이 될만한 발언인데 그거.

한번이라도 진심으로 내가 뭘 하고 싶은지 물어본 적이 있었던가, 싶다.
'검사가 되어라' 라는 말에 '싫다' 라고 대답했더니, '그럼 뭐가 되고싶은데' 라고-
그런식으로 물어본 적 밖엔 없지 않아, 결국?
왜 한번도 진심으로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하고싶은 지 물어보지를 않는건데.
그렇게 그따위 말투로 그따위 표정으로 물어오면 내가 뭐라고 대답해야 하는건데.
결국은 '네네, 검사가 될게요' 라고 대답해야 정석인건가?
그래, 하려면 할수야 있지. 나의 나머지 모든걸 포기하고 매달리면 그까짓거 못할거 없지.
그렇지만 어쩌지? 그것보다 그 '나머지'에 해당하는 게 나에게 더 소중한데?
그래, 그럼 한번 법대 가볼까? 법대 가서 이십대가 저물어가는 때에 시험을 패스해서,
그렇게 해가지고 한번 살아볼까? 그럼, 나머지 그 모든것도 아빠가 살아줘야 되는 거 아니야?
힘든거 괴로운거, 그거야 견뎌낼수 있어, 다른 길또한 모두 힘들고 괴로울 테니까.
그렇지만 '법관을 선택'해서 오는 모든 삶은 아빠가 살아줘야 되는 게 그 '정석' 에 해당되는거잖아.
아빠는 또다른 미혜를 가지고 있나보구나. 법관이 되고싶은 미혜를 가지고 있는 거였어.

그렇다면 난 이제부터 미혜 안할테니까, 그거 포기해도 되는거야?

아아, 제기랄. 나 진짜 아빠한테 불효하는거 아는데-
불효이고, 잘못된 선택이고, 그래 결국 쓰레기 삶을 살게 될지도 모르는거 아는데,
그래도 그렇게 살고싶은 걸 어떡해? 결국 똑같은 쓰레기가 될거라면 하고싶은일을 하고싶을 뿐인데.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로' 라고 할만큼 이루고 싶은 일인데 어떻게 하면 좋아?
그래, 결국 나를 위하는 것이고 내가 잘되었으면 한다는 거 충분히 잘 인지하고 있어.
그렇지만, 돈 못벌어도, 명예 같은거 없어도, 그 길을 가고싶은 걸 어떡해?

애초에. 도덕이란 과목을 그러면 왜 만들었냐.
한국인의 인간성이며 인심이며 '정신적인 가치' 는 어디로 가버린건데.



당신이란 존재 때문에 내가 태어난 거지만,
당신의 꼭두각시 인형으로 살아야 되는 거라면 차라리 나를 불태워 줘.
지각을 가진 인형에게 결국 삶이라는 기회도 주어지지 않는건가.

도대체 당신 때문에 몇번을 더 깨져야 나는 죽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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