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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pe Diem

은유니 2007. 1. 17. 14:56

[Carpe Diem]




노트하던 손을 멈추고 무심코 고개를 돌려 바라본 창문 밖의 풍경. 그 속엔 타닥타닥 창가에 와 노크하는 저들의 새하얀 노랫소리만이 가득했다. 그 노랫소리를 들은 게 나 뿐만은 아니었나 보다. 하나 둘, 수십 개의 눈동자가 모두 창문을 스쳐 지나가고 나더니 이내 교실이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아침까지만 해도 투명한 햇살을 반짝이고 있더니…. 정말이지 여름이란 딱 이 시기의 우리 같다니까.

아이들의 술렁거림에 앞에서 칠판에 탁탁 분필소리를 내며 무언가를 열심히 적어나가던 선생님께서 뒤돌아보시더니 인상을 살짝 찌푸리며 외쳤다. 이젠 그런 말 지겹지도 않냐 는 듯한 느낌이 짙게 묻어나오는 말투로.

“너희도 이제 3학년이야. 단지 지금 이 한시기가 너희 미래의 모습을 판가를 수도 있다. 잘 생각하고 판단해봐, 지금 그러고 있을 시기냐?”

몇몇의 눈만이 잠시 창문에 머무르더니 그 마저도 다시 본래의 시간으로 돌아오고 만다. 이 세상이라는 공간 속의 ‘나’라는 존재로 다시 돌아오고 말아버린다. 우리 미래의 모습이란, 도대체 어떤 것일까.

풍경은 우리 마음속에 그 무언 가처럼 울부짖고 있었다. 쓸쓸하다-라고 생각했어.

어른들은 너무도 쉽게 ‘네 꿈은 뭐니?’ 라고 묻는다. 글쎄, 꿈이란 게 그렇게 간단한 걸까. 그렇게 쉽게 말할 수 있는 것이었던 걸까. 꼬마들의 고개 숙인 수줍은 고백만큼이나, 용기를 가져야 할 수 있는 대답이란 걸 잊어버린 것일까….

어릴 때에는 그저 부모님이 날 향해 웃어주는 그것이 좋아 부모님의 소망에 따른 직업이 그 답이 되곤 했다. ‘선생님’이니 ‘판검사’니 하는 그런 직업이 되고 싶다고, 웃으며 서슴없이 말하곤 했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그 마저도 대답하지 못하고 그냥 살짝-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을 하지 않게 되어버렸다. 자신의 소망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자신의 꿈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그런 식으로 살아가는 건 너무도 쓸쓸하잖아. 사실은, 그런 직업 따위 되고 싶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도- 그들의 미소에 답하기 위해 단지 ‘사랑 받는다’라고 믿기 위해 그렇게 대답하는 건, 비겁해.

타닥타닥. 창문 밖의 노랫소리가 좀 더 큰소리로 마음속에 울리기 시작했다.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 것일까,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난 이유, 그런 것 따위를 생각하고 생각해도 결국 할 수 있는 대답은 ‘모르겠어’ 라는 것뿐이다. 내가 그것으로 성공할만한 1%의 가능성이 있을까? 내가 다른 그 어떤 것들을 포기하더라도 그것을 이루어 낼 수 있는 그런 1%의 가능성이 내게 있는 걸까? 자신이 없어서, 고개를 도리도리 저어버리고 만다. 자신이 내릴 수 있는 그 어떠한 질문도 없기에 결국은 모든 질문은 처음으로 돌아와 버리고 말아.

꿈. 다른 누군가에게 말하기조차 두려웠었다. 그 꿈이 사라져 버릴 것이라는 알 수 없는 공포와, 스스로를 믿을 수조차 없는 자신의 한심함과, 그 꿈을 이루지 못했을 때의 그 사람들의 표정…. 그런 것들로 채워져 있는 내 마음은 항상 작아져버릴 뿐이었다.

역시 근본적인 원인은 ‘나’에게 있는 걸까.

비 내리는 그 맑은 소리가 내 마음속에 고스란히 쌓여갔다. 그 맑음으로 마음을 채우면, 언젠가는 웃을 수 있을까. 상냥한 미소를 지으며, 그 모두에게 진심으로.

“어이 거기, 집중하지 못해?”

끝없이 나아가던 실이 끊기고, 나는 다시 현실속의 ‘나’로 돌아왔다. 수업이 거의 모두 진행된 때에서야 나는 그 풍경에게서 눈을 뗄 수 있었다.

선생님의 눈길이 나에게 와서 머무르자, 나는 그저 반성하는 눈빛을 보이며 살짝 웃었다. 그는 단지 나를 보더니 한숨을 살짝 지을 뿐이었다.

“자 그럼 137페이지까지 숙제로 해올 것. 비가 많이 오니까 다른 곳에서 놀지 말고 청소하고 얼른 집으로 돌아가. 이만.”


부스럭 부스럭. 가방을 정리하고서 건물 현관에 나오니 창문을 안 가져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하늘을 멍하니 바라보는 아이, 엄마의 얼굴을 보고 반가워서 달려가 재잘거리는 아이, 그리고 가방을 머리 위에 쓰고는 냅다 달려 나가는 아이들의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우울한 회색빛. 나는 가방 안에 우산이 들어있으면서도 그저 저들의 풍경 속에 하나가 되어 운동장 옆의 길을 뛰어 나갔다. 타다닥. 빗물이 얼굴에 와 부딪치고, 옷도 마음도 그 빗물 속에 흠뻑 젖었다. 차갑다, 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단지 내 마음을 씻어 나가주었으면 하는 간절함에 차가운 느낌마저 잊고 있었다.

한참을 달리다 이내 숨을 헉헉거리며 속도를 늦추었고 어느 정도 학교에서 멀어지자 천천히 땅을 내려다보며 걷기 시작했다. 아스팔트 도로 위의 발 두개가 그렇게 걸어가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와.

가끔은 나 자신이 이곳에 제대로 서 있는지 조차도 의심스러워서 발밑을 내려다보지 않으면 안심할 수가 없다. 내가 제대로 길을 걷고 있는지, 제대로 세상 속을 걷고 있는지 확인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지 않으면 그때야 말로 정말 쓰러져 버릴 것만 같았으니까….

빗방울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래, 이건 빗방울이야.

사실은 의심스러웠어.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난 이유 따윈 없는 것이 아닐까하고. 사실은 그 무엇도 아닌 존재가 아닐까하고. 나를 믿을 자신이 없어서, 내가 그 꿈을 꾸고 있는 지조차도 자신이 없어서 물을 수가 없었어. 실은 진심으로 모든 것을 털어놓고 싶은 데도. 진심은… 다시 안아주길 바라는데도.

내 이기심 때문에. 그들의 기대가 짐이 되어서, 그것이 싫다는 내 이기심 때문에.

‘처음부터 이유를 가지고 태어나는 사람은 없다.’

누군가가 그렇게 말했다. 모두, 모두 자신이 찾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라고. 태어난 이유. 이 세상에 있어도 되는 이유. 누군가의 곁에 존재하는 이유. 모두, 자신이 찾아가는 것이라고.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거라고 누군가가 말해주기를 나는 바래왔던 것일지도 모른다. 사실은… 스스로의 힘으로 찾아내야 하는 것인데도.

집이 가까워져 왔다. 문 앞에 서있는 형체가 눈에 들어왔다. … 엄마. 응, 엄마야.

“우산 안 가지고 갔었니? 다 젖었네. 어서 들어오렴.”

걱정스런 목소리가 젖은 내 마음을 따뜻하게 안았다. 그래, 단지 이건 빗방울일 뿐이야.

“응, 고마워요.”

라고 말하며 엄마의 우산 속으로 들어갔다.

지금은, 단지 지금은 꿈을 꾸고 싶다. 다른 사람들의 생각, 기대, 미래의 내 모습 따위 생각하지 않고…. 단지 ‘꿈을 꾸고’ 싶다. 마음이 가는대로, 영혼이 이끄는 대로 그냥 그렇게 꿈을 꾸고 싶다.

빗방울, 이라고 거짓으로 말하는 이 마음이 내 이기심 때문이라고 해도 나는 언제까지나 이것은 빗방울일 뿐이라고 말할 것이다. 설령 이기심이라고 해도… 그 미소를 언제까지고 볼 수만 있다면. 나를 믿어주는 사람만 있다면.

회색은 쓸쓸하지만 또한 포근하다.

‘카르페 디엠’ 이라는 라틴어가 있다고 한다. 삶을 즐겨라. 아무리 어렵고 힘든 일상이라 할지라도 결코 좌절하거나 실망하지 않고, 주어진 여건에 만족하면서 즐겁고 긍정적인 자세로 살아가라.

꿈을 꾸며 살아갈 것이다…. 언젠가 내가 태어난 이유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믿으니까… 그냥 그렇게 계속 곁에만 있어주세요, 모두.






피히히, 이거 오래전에 쓴건데 이제야 발견했다. (책장 뒤적이다가)
1인칭 주인공 시점은 그닥 써보질 않아서 색다른 느낌이었다고나 할까?
아마 7월 쯤에 썼던 것 같은데? 흠, 잘 모르겠지만.
한창 카르페 디엠, 그리고 후르츠 바스켓이란 만화를 보게 되었을때.
(그 만화가 떠오른건 단순히 그걸 보다가 약간의 '반짝' 스치는 걸 느꼈달까?)
우리들의 이야기이면서 또한 나의 이야기인 무언가를 쓰고싶었다.. 좀 바보같지만 :)*

작년에 대상받은 녀석이 진주 백일장에서 떨어졌다.
3학년 들어서 백일장도 몇번 빠지고 별 흥미 없어서 대강 쓰고 해서 상은 받은 기억이 없는듯.
뭐랄까, 수필이나 그런게 아니라 진심으로 '나의 소설' 을 쓰고싶었으니까.
달리 다른 분야엔 관심을 못가지겠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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