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Yunee:/Diary―

.

은유니 2006. 9. 30. 18:25




죽어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그동안 그런 생각 안하고 지냈었는데,
그런 생각 안하려고 애썼었는데,
진심으로 죽어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더이상 학교 따위에 가고싶지도 않고,
더이상 상처받는 것도 싫고,
더이상.. 세상에 있는 것 조차도 싫어서.. 싫어서..




시험지 매겨보지도 않았는데
다음날 바로 꼬리표가 나와서 진짜 당황했다.
평균은 대략 2점정도 떨어졌달까, 아 뭐.. 예상은 했으니까.
정확히 1.83인가 떨어졌나? 아무튼 모르겠지만..
시험지 매겨보기도 두렵고, 또다시 영어에서 패닉상태.
아니, 나 진짜 영어만 왜이런가 몰라, 영어만 80점이다, 이게 뭐냐.
맞을 수 있는거 알고 있는거 전부 다 틀리고,

진짜 내 자신이 한심하기 그지없어서 어젠 펑펑 울었다.
시험때문이라기 보단, 단지 열정을 잃어버린 내가 싫어져서,
학교도 가기싫고, 사람을 만나기도 싫고, '웃고있는' 내모습은 거짓인가?
그럼 난 도대체 얼마나 두꺼운 가면을 쓰고 있는거야,
울고, 또 울어서 눈이 부을만큼 우는 일이 요즘들어 잦아졌다.
예전처럼 일주일에 세네번은 우는 정도인거는 아니지만,
'얕게'우는 게 아니라 요즘은 정말이지 울부짖듯이 그렇게 울어버려.
어릴때 티격태격 밖에 안싸웠던 오빠와 싸운게 두달인가 전이었는데,
대략 한달전쯤이었나, 아니 몇주정도 밖에 안되었구나,
밥먹다가 아빠랑 싸워서 엄청나게 울었다.
단지 '나는 아빠가 아니에요'라는 의견을 말하고 싶을 뿐이었는데
그걸 단지 '반항'이라고 치부하고 그런눈빛으로 보는게 너무 싫어서.
그리고 지난 칠월에 소중한 무언가를 잃어버린 기억에 목이 쉴정도로 울고,
그러다 요즘은 자신없는 내 미래에 대한 생각에 울어버리고,
하고싶은 걸 하고 살고싶은데,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이유로 꿈도 못꾸는 거야, 나는?
그게... 잘못된거야?
사실 아빠 엄마의 눈이 무서워서 난 내 꿈을 말해보지도 못했어.
'그게 뭐냐, 니가 아직도 아이인줄 아는거야?, 선생님이나 검사라던가 그런 직업을 꿈으로 삼아봐'
라고 할까봐 겁나서 못말하겠어.
아니 그것보다 나 스스로에게 자신이 없어서 모르겠다.
정말이지 다시금 순수한 마음으로 꿈을 꿀 수 있었으면 좋겠어.
다른 건 전부 잊고 그냥 하고싶은 걸 당당히 하고싶다고 말하는 나였으면 해.

국어는 재밌다, 이야기를 읽는것도 이야기를 만드는것도, 이해하는것도 좋아.
수학도 재밌어, 문제를 풀고 새로운 공식을 배우고, 신이 만든 숫자를 알아가는것도 좋다.
사회도 좋다, 역사에 대한 것 하나하나가 즐거워서 혼자 들떠버리고 말아.
과학도 즐겁다, 왜 이렇게도 신비로운 걸까 자연이란건.
그렇지만 영어가 싫어, 영어가 싫어 영어가 싫어.
... 난 선생님따위 되고싶지도 않고, 검사따위는 애초에 관심도 없고.
이과쪽도 재미있을 것 같긴 하지만 사실은 고등학교 공부고 뭐고 난 글을 쓰고 싶어.
내 글을 쓰고, 내 글을 읽어주는 사람과, 내 책과 함께 하고 싶어.
그렇지만 현실을 자각해. 이제 아이가 아니잖아. 이런 생각으로 멀어져간다.
그래, 알아. 현실적인 꿈은 아냐. 성공할 가능성은 겨우 1%도 있지 않으니까.
선생님처럼 정기적인 보수가 보장된 것도 아냐, 검사처럼 명성이나 지위가 있는것도 아냐.
그렇지만... 하고싶은, 일이야.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로 이루고 싶은 꿈이야.
그런데, 그런 꿈을 꾸는게 잘못된거야..?
왜 책을 읽지 말라고 하지,
단지 왜 성적만을 보는 거야,
사실 제일 실망하고 짜증나는 건 나인데,
왜 그런 눈으로... 보는 거야.

사실.. 그래, 누구보다도 그들을 기쁘게 해주고픈건 사실이야.
그렇지만, 난 내 실력으로 내가 잘하는 걸로, 내가 하고싶은 일로 ..
정점에 서서, 당당하게 웃을 수 있었으면 좋겠어.
왜 예전처럼... 꿈을 말할 수 없게 되어버린거지, 나..
왜 예전처럼 순수하지 못한걸까.
왜 이렇게.... 나빠진거야, 나? 왜 이렇게 변한거지?
마음속에 .. 악마를 키우기 시작해서 부터 변한걸까,
아니면 변해가면서 어느새 자리잡은 악마를 보게 된걸까.


차라리 죽어버렸으면 좋겠어.
차라리 사라져버렸으면 좋겠어.
그렇지만...
그렇지만......

... 죽고싶지 않아, 살고싶어 살고싶어 -....
목숨이 다하는 그 순간까지 삶이 끝났다고 포기하고 싶지 않아.
내게 있어서 소중한 '한편의 시'를 읊어보고 싶어.
잠을 자고 있는 나를 깨워서 '나만이 할수있는' 일을 하고 싶어.

아아, 바보같애.

언제부터, 바깥과 안의 경계선을 만들기 시작한거지?
언제부터... 이렇게 혼자만의 세상을 만들기 시작한걸까, 나는..
갈수록, 하지못한 말만 들어갈 뿐이다.


... 이젠 정말,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

'Yunee: > Diary―' 카테고리의 다른 글

Wednesday, October 4th, 2006  (0) 2006.10.04
A broken promise  (2) 2006.09.22
아아,  (0) 2006.09.18
댓글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Total
Today
Yester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