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Yunee:/Diary―

봄과 여름의 경계

은유니 2012. 5. 3. 18:32
1.

나는 기본적으로 돈 욕심이 없는 사람이라서, 돈을 쓰는 것에도 혹은 돈을 모으는 것에도 크게 관심이 없는 편이다. 용돈을 받을 땐 받는 대로, 혹은 돈을 벌땐 버는대로, 혹은 양쪽 다 하지 않을 때는 또 그런대로 씀씀이에 큰 차이가 없는 삶을 사는 편이다. 일정 정도의 수입이 있다고 무언가 엄청 쓴다거나, 모은다거나 하지도 않고, 수입이 없다고 해서 아껴쓰거나 그러질 못한다. 그래서 정기적인 용돈 한 번 받아본 적 없던 중고등학교 무렵엔, 설이나 추석 때 친척들에게 받은 돈을 모아서 mp3도, 카메라도, 전부 직접 사기도 했고, 2박 3일 정도의 여행도 여러 번 그냥 쉽게 다녔었다. 큰 돈을 한꺼번에 쓰기 보다는, 지금 하고 싶은게 있고 그 정도 감당할 돈이 있다 싶으면 고민하지 않는 타입. 그러니까- 돈을 일정 정도 모으고 나면 더 큰 돈을 모으기 보다는 그걸 어디엔가 써버리고 마는 것이다. 알바를 많이 해서 더 큰 돈을 모아 해외여행을 한다든가, 혹은 누구처럼 적금을 든다던가 하는, 그정도로 아껴쓰고 모을 만큼의 정성을 들이지 못하는 탓일테다.

그래서 대학생활을 처음 시작했던 첫학기 때 친구가 정말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넌 왜 생활비, 식비보다 문화비 지출 항목이 더 크냐고 물어본 적도 있었다. 그땐 정말 한달에 한번은 대학로에서 공연을 봤고, 비슷한 주기로 박물관이나 전시회를 다녔고, 여름 방학 땐 2달 반 사이에 영화관을 열번도 넘게 보러 다니곤 했었다. 그 이외에 기타 공원같은 곳엘 돌아다니며 '소풍'을 간 것까지 포함하면, 넌 대체 어딜 그렇게 돌아다니냐고 했었을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2학기부터는 예습과제 때문에 주말을 반납할 수밖에 없었고, 덕분에 문화비는 커녕 엥겔지수가 0.9999...에 육박할 정도로 학교-집.. 의 생활을 반복했었다. 2학년 때 달라진 것이라면 학교-집의 생활에서 편집실이 추가된 것 정도라고 할까.. (제발 집에 좀 가라!고 외치던 누군가의 목소리가...)

그러다가, 최근 여유로운 한 학기를 보내게 되면서 2년 전의 생활로 다시 되돌아가고 있다! 혼자 사진찍으러 한강가고, 여의도엘 가고, 대학로도 벌써 한 학기동안 세번을 찍었고. 여기서 문제가 있다면 기숙사 생활을 할 때와 달리 나는 지금 자취를 하고 있고, 더 이상 생활비보다 문화비를 많이 쓸 수가 없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씀씀이를 크게 조절하지 못하는 성격으로서는 기존의 생활비에 문화비는 +가 될 뿐, 기존 생활비를 -해서 평행을 유지하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문화비 비중이 너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ㅠㅠ 덕분에 어쩔 수 없이 돈을 '쓰기' 위해 돈을 벌기 시작했고, 통장 잔고의 위협을 처음으로 진지하게 느끼게 되었다. 뭐든 좋아하는 걸 하기 위해서는, 사람을 만나기 위해서는 돈을 쓸 수밖에 없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이제는 진짜 뭔가 하기 위해서는 돈을 모으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 (그러나 결코 문화비도 생활비도 줄이지 못하는...)

아무튼! 그래서 처음으로 생존에의 위협을 느끼고 돈을 벌고 있습니다...ㅋㅋㅋ 아이고, 그래도 요즘 하고 싶은 거 하고, 보고 싶은 거 보고, 살아서 참 좋네요 :)!


2.

요즘들어 많이 느끼는 거지만, 나는 참 이중적인 성격이다. 사실 나는 스스로가 지극히 개인주의적인 사람이고, 혼자 있는 것을 편하게 여기는 사람이고, 누군가와 관계하지 않는다고 해도 큰 불안감이나 외로움을 느끼지 않고 잘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주변에는 혼자라는 외로움을 도저히 못 견뎌할 것같은 친구가 있고, 혼자 살아가기는 하지만 어딘가 불안할 것같은 친구가 있고, 혼자서도 오히려 자기 할일 하면서 누군가 함께 있을때와 큰 차이 없이 외로움이나 감정적인 불안을 느끼지 않고 안정적으로 지낼 것 같은 친구가 있다. 그리고 나를 분류하자면, 후자 쪽에 속한다고 생각했었다. 심한 외로움을 느끼지도, 그것이 지속된다고 하여 삶이 불안하고 위태롭지도 않고, 잘 지낼 것 같은 사람. 감정의 큰 기복 없이, 안정적으로 지금의 삶을 유지해낼 것 같은 사람. 그래 그 아이는 자기 할 일 하면서, 어쨌든 열심히, 혹은 어쨌든 여유롭게, 즐겁게, 살아갈 것이라고 평하는 류의 그런, 사람.

그런데 참 우습게도, 그렇게 '잘 지내'던 중에도 문득 아무것도 아닌 일에, 이따금 그렇게 작은 감정 하나에 사로잡혀 하루종일 아무것도 하지 못할 때가 있다. 화창한 봄날, 집엘 돌아가다 왈칵 울음을 터뜨려, 그 자리에 주저앉아 버린다거나. 아무도 없는 조용한 밤중의 방 속에서 밤새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잠들지 못하고 벽에 기대 지나가는 바람만을 들으며 두 시간, 세 시간을 지내버린다거나. 이처럼 잘 지내, 하고 웃으면서 말해놓고, 그것이 거짓이 아님을 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돌아서서 문득 정말 아주 사소한 일에 자각할 때가 있다. 결국 괜찮다는 것은, 어쩌면 스스로에게 '넌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은 것일 뿐, 정말 괜찮은 것은 없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 인간관계의 문제도, 혹은 가족의 문제도, 나와 너와 당신의 문제도, 결국 덮어놓고 이제 편하게 말할 수 있게 되었다고, 그렇게 생각하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 어쩌면 그간 변한 것은 겉으로 보이는 안정감일뿐, 단 한순간에, 너는 와르르 무너져 내릴 지도 모른다는 경고.

언니는 내게 '난 앨빈같은 사람일까, 토마스같은 사람일까' 하고 물었고, 난 공연을 보는 내내 양쪽 모두에게 감정이입을 하며, 결국 나는 언제나 과거를 돌아보며 과거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사람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제 길을 찾아 나아가는 누군가를 보며 응원하지만, 끝내 나는 그 여섯살 때 어머니의 죽음과, 그 자취를 추억하고 되새김질하며, 변화하는 세상과 친구들 사이에서 '예전 그때가 그리워', '한 번도 하고싶은 대로 해본 적이 없었'던 것만 같아 '완전 어른이 된'다는 것에 불안해하고 있었다. 이미 유명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지만 여전히 그 뿌리에 앨빈이 있고, 나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한채, 그래 나는 결국 다시 과거로, 다시 그 어린 시절로, '항상 이별'만을 반복하면서 '다시 한 번 결혼을 고민해보자'라고 밖에 말할 수 없었다.

잘 지내고 있는 것은, 오히려 불안해하면서 앞을 보는 그녀석들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잘 지내? 하고 당신의 삶을 묻기 이전에, 응 난 잘 지내요, 하고 말하고 싶어 포장하고, 덮어두는 것은 아닐지.

토마스의 불안도, 앨빈의 안쓰러운 순수함도, 나는 마냥 그들의 것으로 생각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잘 지내'고 있다는 나의 대답도, 진심에서 나온 것이라는 게, 참 미묘하고 오히려 그래서 조금 더 불안한 느낌이다. 나는 왜 친구관계를 그리고 있는 극 속에서 나를 되돌아보고 있는 것인지. :) 한바탕 웃으면서도, 또 다리가 후들거릴 정도로 울어버리고 마는 것은, 어째서인지. 지나친 몰입과 감정소모를 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원인은, 또 무엇인지. 그래도 여전히 나는 정말 잘 지내고 있는데.


3.

편집장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것이 아직도 익숙하지 않은 오월이지만, 교지 작업도 잘 진행되고 있다. 워크숍이 끝나고, 아이디어 회의와 글쓰기 세미나가 진행되고 있고, 하고 싶은 기획도 여전히, 없지 않다. 여전히 그 몇가지 중에서 지금 하고 싶은 것을 고민하고 있다는 것은 좋은 징조라고 생각된다. 다른 사람들의 아이디어를 보는 것도, 혹은 검토하고 논의하는 것도 걱정했던 것보다 재미있고, 큰 부담감은 느껴지지 않는다. 음 :) 그냥 지금까지 해왔던 대로,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면 된다고 생각해버리고 나니 괜찮다, 다 괜찮다 하고 지금은 안심해버린 상태여서 그런가. 어쨌든 내 몫은 잘 해내고 있다는 느낌! 그리 맘이 바쁘지도, 그렇다고 놓아버리지도 않은, 적당히 여유롭고 적당히 긴장감있는 기분이다.

편집장이 되면, 그 책은 너의 책이 된다고 하는데, 사실 그건 아직 잘 모르겠다. 그냥 나는 여전히, 무언가를 결정하는 사람이라기보다는 함께 하는 '한 사람'에 가깝다. 언젠가 그걸 정말 직접적으로 느낄 때가 오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네 명이서 만드는 교지는, 어떻게든 만들어지겠지 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너무 사회대에 고학번만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느껴질 때가 있다. 사실 네 명이라는 것이 처음에는 불안했었는데, 지금은 뭐 어떻게든 책은 만들어지겠지 싶어서 크게 개의치 않게 되었다. 오히려 걱정되는 것은 모두가 사회대생이라는 것이, 그리고 모두가 3학년 이상이라는 것이, 지금의 그리고 앞으로의 교지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은 아닐까 하는 것이다. 물론 지난 44호나 45호도 ㄹㅇ이 다양한 사람들을 끌고 와서(+_+) 그 정도의 다양성이 보장되었던 것 같기는 하지만.

수습 추가모집을 진행하고 있는데, 어떻게 한 명이라도 더 들어오련지! 그리고 좀 더 재미있는 아이디어들이 나올는지!

3학기 교지를 하면서 느끼는 점은, 내 생활이 교지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것과, 내 인간관계도 교지를 중심으로 돌아가버리게 된다는... 묘한 불안감! ㅠㅠ 어째서 동기 친구녀석은 과 선후배들과 인맥을 넓혀가고 있는데, 나는 같은 과 동기와의 인맥도 점차 좁아지고 있는 것인지.. 과행사는 어쩐지 잘 가지 않게 되고, 녀석들과의 묘한 거리감도 여전하다. 역시 뭐든 처음이 중요하지 싶은 게, 새맞이를 할때든, 과 사람들과 친목을 다질 시기든, 난 교지 일정에 저혼자 맘이 바빠 그 처음의 거리감을 좁히지 못하고 녀석들은 녀석들대로 많이 친해져버려서 나는 그들 틈에서 어색하게 인사를 나눌 뿐. 친구가 너 졸업할 때까지 교지 할 듯? ㅋ 하고 웃어서, 어쩐지 그 말이 불안해지는 오늘.


4.

문득 예전 그때의 관계가 의지, 친밀이 아니라 연애였구나 하는 생각이 들자 한없이 부끄러워지고 말았다. 음 ;) 나는 언제나 항상 깨달음이 느리고 그리고 그만큼 또 오랜 시간이 지나야 잊을 수 있었다.

그리고 요즘엔 초등학교 시절 이후 처음으로 (내 기준에서는) 팬질을 시작했다고 할 수 있을 만큼 관심을 가지게 된 사람이 생기고 말았다. 푸흐, 보다 예전부터 좋아했었더라면 나도 조금은 친밀한 관계가 될 수 있었지 않을까(!) 하는 생각과, 쉽게 말걸기 어려워질 만큼 인기를 많이 얻지는 않았으면(!) 하는 생각을 하고 있는 요즘 @.@! 뭔가 굉장히 오랜만에, 스토리나 캐릭터가 아니라 그 스토리와 캐릭터를 이끌어가는 배우에 더 관심을 가지게 되어서 스스로 되게 민망하고 부끄럽다. 끝나버린 공연을 되새김질하며, 다른 공연도 보러가고 싶다고 생각하게 될줄이야!

다음 작품은 지금보다 훨씬 더 큰 무대에, 더 비싼(!!) 공연인데다가, 주연이지만 주인공은 아니라서 사실 볼까 말까 하는 약간은 미적지근한 느낌이었는데(소극장의 매력을 아는 사람이라면 소극장을 벗어나지 못하는 기분을 알리라!), 예전 인터뷰를 찾아보던 도중 20대에 해보고 싶은 wanna be 역할로 언급되었던 캐릭터라는 걸 알게 되어서, '오래전부터 하고싶어 했던 연기를 하는 기분은 어떨까' 하는 생각에 그것도 보고싶어지고 말았다! 맙소사, 비싸게는 한 좌석에 10만원이 넘어가는 공연이니 이건 내가 결코 두 번을 보지는 못할텐데. 다음 공연에서는 무대를 벗어나 스크린으로 가겠다고 하지만 않았으면 좋겠다.. ㅠㅠ 무대위의 빛나는 별! 이니, 카메라보단 관객들 앞에 서기를. 그리고 내가 찾아갈 수 있을 정도의 거리에서, 지금과 같은 감정과 열정을 담은 연기와 노래를 하기를. 비록 내가 모든 공연을 보러갈만큼 경제적 능력도 못 되고ㅋㅋ큐ㅠㅠ 그만한 열정도 없지만, 그래도 지금은 지켜볼 수 있다면 조금 더 지켜보고 싶다 :)! 히히.

지금의 이 관심과 호감은, 과연 언제까지 이어질 것인지! 내가 과연 해리포터만큼이나 무언가에 깊게 빠지는 때가 올까! 그것이 다른 매체이든, 혹은 사람이든.


5.

바다가 보고 싶다! 여행을 가고 싶다! 교지에 방학주간을 만들면 꼭 약속했던 친구들과 여행을 가고 말리라ㅠㅠ! 얏호! 벌써부터 설렌다. 첫 학기 때 아무런 생각없이 약속했던 3학년의 여름이 다가오고 있다. 약속은 아마 지켜지지 않을테지만, 설레는 마음을 주체할 수 없는 기분이다 =)♡!

'Yunee: > Diary―'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1.4.7 라미시네라이 이미시타이  (0) 2012.05.09
봄과 여름의 경계  (0) 2012.05.03
3학년 1학기  (0) 2012.03.07
다시, 3월 :)  (0) 2012.03.02
댓글
댓글쓰기 폼
«   2020/11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Total
244,120
Today
4
Yesterday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