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모든 눈송이와 아주 비슷하게 생긴 단 하나의 눈송이, 은희경
이따금 고양이와 소년의 이야기를 생각한다. 소년은 높이 쌓아올린 장작더미 안의 비밀 은신처에 들어가 울고 있다. 그에게 주어진 세상은 수치심과 절망뿐이다. 소년은 머리 위에 커다란 더미를 버티고 있는 장작 하나를 빼내 무너뜨림으로써 그 자리에서 모든 걸 끝내버리기로 결심한다. 주머니 속의 과자가 기억났으므로 일단 그것을 꺼내서 먹는다. 그런 다음 장작을 향해 손을 뻗으려는 순간 고양이 한 마리가 나타난다. 고양이가 다가와 젖은 뺨을 핥기 시작했을 때 소년은 그 축축하고 까끌까끌한 감촉에 스르르 눈을 감고 만다. 그것은 소년의 비통한 계획을 철회할 만큼 충분히 따뜻하다. 소년은 알고 있다. 고양이가 핥는 것은 소년의 눈물이 아니라 입가에 붙어 있는 과자 부스러기다. 훗날 소년은 이렇게 쓴다. '진정 순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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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8. 17. 0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