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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nee:/Diary―

시월.

은유니 2011. 10. 3. 23:50

0. 결국, 아무렇지 않다는 건 없는 거다. 괜찮다는 말로 고이 포장해서 보이지 않게 서랍 안에 차곡차곡 쌓아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돌이켜보면 이젠 넣을 공간이 없어 비죽 고개내미는 그것이 묻는다. 너는 정말 괜찮니. 아무렇지 않니. 견딜만 하니..

1. 오늘은 할머니의 전화를 받았다. 노인회의 후원으로 잠실구장에서 하는 개천절 행사에 놀러오셨다던 할머니는 하루종일 뭐가 그리 재미있으셨던지 저녁도 다 먹고 돌아갈 즘에야 손녀 생각이 났나 보았다. 참 사람 많더라며 웃던 목소리에 어쩐지 덩달아 즐거워져 웃는다. 생각해보면 예전부터 난 아버지보다 할머니, 할아버지와 더 가까웠었다. 식후 커피 한 잔에 한 모금을 기대하는 눈빛을 잊지 않으셨던 두 분은 언제나 손톱만큼을 남겨주셨고, 달디 달던 설탕맛 커피는 그땐 최고의 간식거리였다. 당신이 몰던 버스 뒤칸에 앉아 탈탈거리며 바람을 가르던 섬에서의 여름방학은 언제나 조금 지겨우면서도 조금 기다려졌고, 조금 쓸쓸하면서도 언제나 따뜻했다. 덥지 않고. 할머니의 칠순이 다가온다. 할아버지의 칠순 때, 여느때와 같이 '온가족'이 다 모여 떠들었을 때가 정말 엇그제 같은데 벌써 오년이 흘렀다.

2. 그리고, 아버지께 전화를 걸었고 어머니의 전화를 받았다. 기분이 묘하다. 어느 쪽이든 묻는 내용은 늘 같지만..

3. 할 일이 정말정말정말... 밀렸다! 이럴 땐 제발 내가 영어라도 잘 했으면 좋겠다.. 평소와 같이(..) 오늘도 밀린 리딩 70페이지 정도를 읽는데 정말정말 이번 리딩은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다ㅠㅠ 눈길을 따라 단어들이 머리를 스쳐 지나가는데 그게 평소라면 한글로 다시 튀어나와야 하는데 input은 있는데 output은 없는 느낌이랄까, 문장이 되지 못한 말들만 둥둥 떠다니는 기분이랄까 아무튼 그래서 핵심적인 내용이 뭔지 모르겠다... 아, 근데 이거 읽는 게 문제가 아니라 읽고 나서 과제를 해야 하는게 문젠데ㅜㅜ 이제 뉴스과제도 추가되서 뉴욕타임즈도 또 뒤적거려봐야 하는데, 으앍... 컨디션이라도 좋으면 어떻게든 해낼텐데 아무튼 걱정이다ㅜㅜ 다음 주 화요일엔 시험과 수요일까지 다른 과제도 있는데 어떻게 하나요(..) 매주 일, 월, 화 마다 죽어가는 기분... 으아 싱난당!

4.
내 이름은 칸이에요.
칸?
아니아니, 칸이 아니라 카-하-안. 
칸?
아니아니, 카-하-아-아-안. 목을 울려서요.

5. 특별한 의미가 없는 발표겠지만 왠지 재미없게 하고 싶진 않다. 하지만 창의력의 한계가... 기술적 한계가...

6. 

7. 일단 할 일을 합시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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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프로필사진 익명 할머니 얘기엔 항상 실오라기처럼 마음이 천천히 풀려버리누나. 오랜 끝에 남는 건 평소엔 생각도 못했던 그리운 기억들. 기억해주는 사람만 있으면 세상을 잠시 떠나도 이 세계와 연결된 끈을 따라 언제든 다시 돌아올 수 있는 세계를 상상한 적이 있었는데.. 그걸 이야기로 풀어 쓴다면 아마 할머니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차겠지 싶어서 쉬이 건들지를 못하고 있네. 좀 더 어른이 된 뒤에야 이해하고 쓸 수 있을 것 같아서, 할머니 마음이란 거. 근데 그게 벌써 몇년째인지.

    619호랑 재밌는 국문학 일 두개 빼고는 다 잠수태워야지 생각하지만 역시 쉽지 않구나 ㅜㅜ 윽
    저도 일단 할 일을 합 ㅠㅠ
    2011.10.04 18:15
  • 프로필사진 은유니 어릴 적부터 할머니, 할아버지 손에서 자란 덕에 나는 어느 정도의 거리감이 있었던 삼촌, 고모들에게는 존댓말을 쓰면서도 더 가깝게 느꼈었던 할머니, 할아버지에게는 반말을 쓰던 버릇없던 손녀였었지.. 어느 순간 내 말버릇이 이상하다는 걸 깨닫고 나서는 고쳤지만, 참 생각해보면 그랬던 거 같다. 언제나 내겐 작지만 강한 분들이었는데, 그게 결코 강한 게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게 바로 작년이었는데, 가슴이 먹먹해져서 오히려 아무 말도 하지 못했던 게 괜히 아직도 마음에 남는다 :).. 히히. 네, 저도 좀 더 어른이 된 뒤에야, 그 마음을, 그 뒷모습을, 그 미소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 어른이라는 게 아직은 한참도 더 멀은 거 같아서 언제쯤이나 되면 나는 '할머니, 저 다 컸어요' 하고 말할 수 있을지, 할머니가 '그렇구나' 하고 이야기할 수 있을지, 할아버지를 만나기 전에 그렇게 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619호랑 재밌는 국문학 일 두 개... 중의 후자는 곧 끝날 테니까 조금만 더 힘내시라 ㅜㅜ!
    저도 다음 회의 때는 좀 더 제정신을 차리고 오겠습니... ㄷ다...ㅜㅜ
    2011.10.30 01:3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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