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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nee:/Diary―

가을이 오고 있다.

은유니 2011. 9. 26. 04:50

0.독서의 계절이라는데,

1. 읽어야 할 것도 많고, 읽고 싶은 것도 많고, 실제로 읽어내는 것도 분명히 많은 것 같기는 한데- 요즘은 뭔가 읽지 못하고 쓰지 못하는 병에 걸린 것만 같다. 요컨데 능동적인 활동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거다. 이럴 땐 무언가에 홀린 것처럼 잠을 잔다. 몇 시간이고, 몇 시간이고. 배도 고프지 않아 점심도 굶고, 오는 연락도 손을 뻗어 답하지 않게 된다.

2. 이따금씩, 이건 내가 지어낸 상상일까 아니면 단지 꿈일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분명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장면들은 모두가 현실이 아니라는 것을 알지만 그것을 마치 바로 눈 앞에서 벌어지는 장면처럼 떠오른다. 내 눈 앞에 있는 상대의 얼굴도, 목소리도, 색채도 모두 존재하지 않는데 나는 그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꿈, 이라는 것을 분명히 알면서도 이게 꿈이 아니라 내가 지어낸 이야기가 아닐까, 평소처럼 머리 속에서 데굴데굴 굴리고 있는 상상들이 아닐까 생각하는 것은 눈을 뜨고, 휴대폰을 열어 시간을 확인하고, 방 안의 고요함까지 확인한 다음에도 마치 일시정지해 둔 영화를 재생하는 것처럼, 읽다가 멈춘 책장을 넘기는 것처럼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꿈이 이어진다는 거다. 아까 끊어진 장면에서 그대로, 꿈이 아닌 생각처럼 사건에 개연성이 개입된다.

이제 나는 내가 잠을 자는 건지, 꿈을 꾸는 건지, 아니면 다만 눈을 감고 있을 뿐인건지, 깨어 있는 상태인 건지 구분할 수 없게 된다. 조금만 더- 하고 다음 장면을 조르듯 다시 꿈 속에 빠져들고, 소리도 색채도 움직임도 존재하지 않는 그 곳에서 나는 소리를 느끼고 움직임을 느낀다. 그러다 다시 휴대폰 시계를 확인하고, 이제 슬슬 일어나야겠구나, 하고 눈을 뜨고.

꿈일까. 아니면 상상일까.

뭐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듯 정작 "진짜" 일어나고 보면 그렇게 길게 이어졌던 서사적인 꿈(상상)의 내용은 전부 생각나지 않는다. 단편적인 장면들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그 마저도 곧 잊어버리고 만다. 마치 그런 느낌마저도 다 꿈이었다는 듯.

3. 음 이건 비슷하면서 다른 경험인데, 생각으로 '어떤 말을 하고, 어떤 행동을 해야지' 하고 결심해놓고는 그걸 실제로 했다고 착각해버리는 경우가 많다. 예컨데, 분명 나는 목이 마르다는 생각에 물통을 들고 1층으로 내려가 물을 받아서 그걸 컵에 따라 마셨는데, 잠자코 있다보면 나는 여전히 누워있는 상태라는 거다. 어라? 하고 갸우뚱하지만 결국 그건 내 착각이라는 걸 깨닫는다. 물론 이건 상상력이 뛰어나서도 아니고, 생각을 현실로 믿어버릴 만큼 귀차니즘이 심해서이기 때문이겠지만.


4. 문득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내가 고민하고 있던 것, 내가 생각하고 있던 것, 내가 하고 있던 것, 그 모든 것들이 다 무슨 소용이고 다 무슨 문제일까, 하고 어떤 허탈함이나 먹먹함에 빠져드는 기분. 사실 분명 중요한 문제이고, 해결해야 하는 종류의 것들이지만, 이따금 그렇게 가슴이 먹먹해지고 심장이 덜컹 내려앉은 기분에 휩싸여서 아무런 것도 할 수 없을 때가 있다. 음, 무슨 감정인지 설명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어휘를 배워야 할 것 같다.

5. 아무튼 요즘은 해야 할 의무란 것들이 점점 쌓여가고 있다. 어째서 한 녀석을 해치우고 나면 두 녀석이 튀어나오는 건지 궁금하다 싶을 만큼 과제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어서,  에라 모르겠다- 하고 마음을 놓게 된다. 그 와중에 깊게 고민해야 하는 것들이 있고, 신경써야 하는 것들이 있는데도 그 모두를 쉽게 아우르지 못하게 된다. 이럴 때면 더더욱 나는 참 개인주의자구나 하는 생각에 휩싸이기도 하고. 음, 그냥 모르겠다. 별 다른 일도 아닌데 이도저도 할 수 없는 그런 때. 어렵구나, 하면서도 정작 포기하지는 못해서 아등바등 대지만 결국 할 수 있는 것은, 해 놓은 것은 없는 그런 때.

첫 날 들었던 당혹감과, 둘째 날 들었던 새로운 개념의 문제에 대한 먹먹함과, 셋째 날 들었던 죄책감과, 넷째 날 들었던 복잡한 심정은 결국 아무래도 좋다는 생각을 낳아버리고 만다. 그렇게 일주일이 흘렀다.

7. 아고, 이제 좀 바른 생활로 돌아갑시다 ! 이건 어쨌든, 다시 무언가 생산적인 활동을 하기 위해 억지로 쥐어짜는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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