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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고 익힌 것도 많았지만 도리어 잃고 앓은 것이 더 많았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흘러가는 것이 또한 세상사이기에 이제 익숙해지려 합니다. 그들에게, 그에게 필요한 존재이고 싶었습니다만 되려 피해만 준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이 듭니다. 웃고, 떠들고, 즐기는 것 밖에 모르는 저에게 슬픔과 아픔을 가르쳐 주고, 그것을 이겨내는 법을 일러 주었습니다만, 저는 여전히 제자리 걸음이라 죄송합니다. 저에게 가르쳐주신 슬픔만큼, 당신에게 웃음을 드리고 싶었는데 이미 시간은 흘러 흘러 이렇게 까지 와버렸습니다. 저 좋을 땐 가버리고는, 저 힘들 때만 나타나 기대기만 해서 일어서려 했는데 결국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사랑하고 사랑했습니다만, 그 사랑 역시도 저의 착각이었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잊혀지는 것보다 잊어가는 것에 익숙했던 것일까요.
바로 두 눈 앞의 것도 보지 못하면서 저 멀리 무언가를 보려 한 탓일까요.
이야기해 드리고 싶은 것이 많았습니다만, 숨기고 잊고 흘러가다 보니 이미 저란 존재는 바닥에 있었습니다. 천국에 사는 사람은 지옥을 생각하지 않지만, 지옥에 사는 사람은 매일 매시간을 천국을 생각하며 지낸다 했습니다. 저는 천국에 있는 주제에 지옥을 그리워 하고 있었습니다. 네, 그랬습니다.
저는 그의 세상을 알지 못하기에 저의 방식대로 생각하려 했고, 저의 방식은 이제 겨우 두바퀴 돌아가는 어리숙한 자의 것이었기에 그의 세상을 생각하기엔 터무니없이 작았습니다. 그 부족한 바퀴 수 만큼 부딪친 일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알지 못했습니다. 숨기고 잊고 흘러가는 사이에 저는 이미 잊혀지는 것보다 잊어가는 것에 익숙해져 있었기 때문에. 견디지 못해 하면서도 견딜 것을 강요하는 것에 물들어 있었기 때문에.
그것을 되돌리는 것은 무리이겠지만, 사실 되돌리려는 시도조차 힘들여 하질 않았습니다. 개인적이고 이기적이고 이해타산적이기에 그래야 할 이유조차 지각하지 못했습니다.
현재라는 시간 속에서 미래만을 바라보고 있던 저는 현실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사랑받으며 자라왔으나 사랑하는 법을 제대로 알지 못하였기에 그것이 사랑인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되돌릴 시간이 남아있다면, 저는 기꺼이 배우고 익힌 만큼, 잃고 앓은 만큼, 그들이, 그가 가르쳐준 슬픔만큼 흐르고 흘러버린 시간을 되돌리려 합니다. 단 한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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