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그랬냐는 듯이 낙엽은 다지고 어느새 겨울이 되어버렸다. 눈이 내리고, 차가운 공기가 온 몸을 감싸는 조금은 쓸쓸한 계절이... 문득 디카를 꺼내보다 10월에 찍었던, 아직 지우지 않은 가을사진을 발견했다. 10월 28일. 그때는 이렇게 노란색, 빨간색의 단풍잎들이 있었구나.. 학예회가 있던 날, 학교에 들고가 찰칵, 내 디카속에 담겨진 시간 하나. 가을이었구나, 이렇게.. 이런 생각이 문득 들어 나도모르게 피식 실소를 터뜨렸다. 이젠 포근한 그 풍경은 사라지고 외로이 가지만 남아있는데, 이렇게 가을이구나, 이 작은 한장의 사진속 시간은.. ... 길 아래에, 얌전히 쌓여가는 은행잎들을 보며 탄성을 질렀다. 이렇기에 내가 가을을 좋아할 수 밖에 없는 것일까.. 포근한 햇살아래 옹기종기 모여있는 자그마한..
하늘을 찍는 건 기분이 좋다, 무언가 이세상의 비밀을 본것 같아서.. 그 속에 간직한 순수하고 투명한 아름다움은 이 세상의 것이 아닌것만 같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들뜨고 어린아이마냥 순수했던 모습으로 돌아가버린다. 그런 느낌이 좋아, 뭐든지 잊고 웃을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 나를 아는 사람들은, 내가 하늘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고 있을테지.. 다른 무엇보다, 하늘을 바라보는 것을 좋아하고, 하늘속의 구름과, 태양과, 별과, 달을 얼마나 사랑하는 지를.. 그곳을 바라보고 있으면, 알지 못하는 천국이란 세계를 이해할 것도 같다. 신을 믿지는 않지만, 사후세계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에 별로 동의하지도 않지만, 천국이 있다면 이런 느낌일꺼야..라는 생각이 문득 들어. 어린아이의 웃음을 닮은, 우리가 ..
시멘트 구멍 작은 틈 사이로 들어온 흙과 먼지에 뿌리를 내리고, 싹을 틔워 하늘을 향해 뻗어나가는 식물들을 보면 신기하기 그지없다. 그 좁은 틈 사이로 어떻게 뿌리를 내렸는지, 딱딱한 시멘트 바닥의 한줌의 작은 흙과 먼지 만으로도 그렇게 싹을 틔우고 힘차게 자라나려 하고 있는 것을 보면.. 그 무엇이 그렇게 중요하길래 힘겹게 힘겹게 자라나려고 하는 것인지... 그 무엇이 소중하길래 세상속에서 하늘을 향해 힘차게 기지개를 뻗는 것인지.. 생명이라는 게, 살아간다는 게 소중한 것이구나.. 하고 새삼스레 생각해본다. 저렇게 작은 생명도 살기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 힘든 환경에서도.. 죽고싶다, 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죽고나면 당신의 그 모든건 끝나버리잖아요. 지금 느끼는 감정도, 머릿속으로 지..
[Fiddler On The Roof-지붕위의 바이올린] Is this the little girl I carried? Is this the little boy at play? I don't remember growing older. When did they? When did she get to be a beauty? When did he grow to be this tall? Wasn't it yesterday when they were small? Sunrise, sunset. Sunrise, sunset. Swiftly flow the days. Seedlings turn overnight to sunflowers, Blossoming even as we gaze. Sunrise, sunset. S..
구름들만이 가득한, 조금은 어두워보이는 하늘, 그러나 왠지, 들여다보고 있으면 밝은 햇빛이 보일것만 같아. 저 먼곳에는 하늘 본연의 모습을 간직한 푸른색 물감으로 물들어져있지만, 나를 내려다보는, 내가 올려다보는 이곳의 하늘은, 드문드문, 흩여진 하얀색 투명한 빛과, 포근한 회색 물감들.. 아무것도 아냐, 단지.. 단지, 먼곳의 푸르름을 그리워하기보단, 지금은 지금 이대로의 하얀색과 회색의 친근함이 좋다. 사진을 찍는것은 '지금 현재'를 기록하는 것이다. 언젠가, '현재'는 '추억'이란 이름으로 바뀌어 나를 맞이하겠지.. 나는 계속해서 지금 이순간을 사진기에 담고, 마음속에 담고, 추억 하나를 조금씩 새겨나간다.
어렸을 적, 일기장을 뒤적거려 보다 문득 외갓집이란 제목의 글을 보았다. 외갓집... 예전부터 기억에 남아있던 것과, 새로이 새겨진 또다른 추억들을 떠올린다. 그렇게 한참을 생각하다 보면 떠오르는 건 밤나무 거리와, 그곳에서 사촌동생들, 오빠와 함께 밤송이 속 밤을 깠던 기억들.. 오빠는 기다란 막대로 나무가지를 두드리고, 우리들은 밑에서 그것을 줍고.. 따가운 밤송이 안에 든 밤을 꺼내기 위해, 발로서 요리조리 밟아 잠자는 밤을 깨운다. 아하하.. 단지 즐겁고 기쁘기만 했던 어린시절의 추억들.. 그 추억들로 살아가고 있다.. 그 추억들로 나는 이렇게 자라났다. 이번 추석때, 이젠 혼자되신 외할머니께 가는 길에, 왜 그렇게 슬프고 눈물만 나오던지.. 3년전 흘리지 못한 눈물을, 외할아버지에 대한, 막연한..
초록빛 속에 자리잡은 당신의 보라빛 우울한 색감을 어렴풋이 알듯하다. 비오는 날의 그 고요함과, 태양이 사라진 어둠속의 그 슬픔과.. 그런 영혼의 속삭임이 들리는 듯한 그 조용한 공간속에서 보랏빛을 발견한다. 화려하지도, 그렇다고 수수하지도 않은 은은한 아름다움이 배어나온다. 달빛을 반사한 그 무언가의 느낌을 떠올리게 하는 그런 색이랄까.. 왠진 몰라도, 사람들이 그냥 그렇게들 잘 부르는 '우울함의 보라색' 내가 볼때는, 그냥 초록색 풀들 사이에 멋지게 자리잡은, 스스로의 빛으로 세상속에서 순수한 아름다움을 내는 멋진 색인걸. 안그래? 도서관에 가는길에, 아니 집으로 오는길이었던가.. -하하..- 어느 눈부신 보라색 아름다움에 나도몰래 그 속에 파뭍혀 있었다.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