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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뜨자마자 오늘이 월요일이라는 걸 자각하자마자 든 생각은 광복절이구나 하는 것보다, 교지 회의하는 날이구나 하는 것보다, 아 오늘 장학금 발표일이었지 하는 것이었다. 정확히는 2학기 등록금 고지서 출력이 시작되는 날, 장학금 발표는 이틀 뒤인 17일이지만, 고지서에 장학금으로 면제되는 금액이 나오니까 굳이 이틀을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 재산세 10만원 이하랬던가, 아무튼 새로운 장학금 제도가 신설되서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범위가 더 확장되었다고 하는 걸 학교가 아닌 뉴스와 부모님을 통해서 들었고 그래서 사실 잘 확신이 서지 않았다. 이제야 장학금 내역을 보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지금은 괜히 뭔가 기분이 미묘해.

장학금을 받을 땐, 성적을 유지해야 한다든가, 등록시기를 놓치면 안 된다든가, 반드시 8학기 안에 졸업해야 하니까 허투루 시간을 보내면 안 된다든가 하는 그런 압박같은 것들이 있었고 누군가의 도움을 받는 처지에 놓여 있으니까 나 자신을 조금 더 죄어야 한다는 생각에 휩싸이곤 했다. 익명의 누군가가 아니라, 도움을 주는 이가 분명히 정해져있는 상황에서는 어쨌든 나는 그 아래에서 무조건적으로 받을 수밖에 없으니까. 약간의 무기력함을 느꼈던 거 같다.

학교에 장학금을 신청할 때는 반대로 성적이나 8학기 졸업에 대한 다른 제한이 없으니까 오히려 나았다. 다만 그곳에서 요구하는 많은 서류들이 답답하게 느껴졌다. 어쨌든 그들은 누가 더 장학금을 필요로 하는지를 알아야 하니까, 장학금 예산도 줄어든 상황에서 더 엄중한 판단을 내릴 수밖에 없는 것이겠지만 그냥 조금 우스웠다. 스스로가 얼마나 가난한지를 증명해야 한다는 생각이 제일 처음 들었고 그게 가장 답답했는데, 부모님 양쪽의 모든 서류를 받아야 하는 것도 고난이었다. 내가 해야 할 거짓말은 하나 둘 늘어났다.

아무튼 결국 장학금은 나왔다. 생활비가 점점 떨어져가고 있으니 과외를 시작해야겠다. 조금은 허탈한 기분이지만, 그만큼 더 나은 기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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