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개드립(?)

쉽게 씌어진 뉴스과제

창 밖에 밤비가 속살거려

관악산은 남의 나라.

국정개 수강생이란 슬픈 천명(天命)인 줄 알면서도

한 줄의 예습과제를 써볼까.

밤샘과 벼락치기한 스멜이 나는

출력한 예습과제를 들고

디플로-머시를 끼고

윤영관 교수님의 강의를 들으러 간다.

생각해보면 신입생 시절의 화려한 밤

하나, 둘, 죄다 잃어버리고

나는 무얼 바라

나는 다만, 국정개를 수강하는 것일까?

국제관계는 복잡하다는데

뉴스과제가 이렇게 쉽게 씌여진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창 밖에 밤비가 속살거려

관악산은 남의 나라.

형광등을 켜 어둠을 조금 내몰고

시대처럼 올 마감시간을 기다리는 최후의 나.

나는 나에게 작은 손을 내밀어

눈물과 위안으로 잡는 최초의 뉴욕타임스.

광야(狂夜)

까마득한 날에

외교학과 처음 생기고

어디 국정개 개설되는 소리 들렸으랴.

모든 전탐과목들이

국정개를 연모해 과제를 늘릴때도

차마 이 곳을 범하던 못하였으리라.

끊임없는 리딩을

부지런한 학생들이 읽어서 소화하고

외교학과로 비로소 길을 열었다.

지금 밤이 내리고

디플로머시 책장 넘기는 소리 홀로 가득하니

내 여기 부족한 2차 답안을 작성하리라.

다시 학기 뒤에

우편으로 날아오는 성적표가 있어

이 밤에 목놓아 울게 되리라.

학생과 퀴즈

나는 학생

당신은 퀴즈

당신은 점수로 나를 짓밟습니다.

나는 당신을 안고 학기를 건넙니다.

나는 당신을 안으면 좋은 학점이나 나쁜 학점이나 안고 갑니다.

만일 당신이 불시에 오시면 나는 밤을 새고 씻지 못하며

밤에서 낮까지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당신은 한번 지나가면 나를 돌아보지도 않고 가십니다 그려.

그러나 나는 당신이 조만간 오실 줄만은 알아요.

나는 당신을 기다리며 날마다 날마다 리딩합니다.

나는 학생

당신은 퀴즈

너에게 묻는다.

퀴즈 망했다고, 함부로 울먹이지 마라.

너는

입학전에 한번이라도 바닥을 경험했느냐?

리딩 헤는 밤

퀴즈가 지나간 방에는

한숨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생각도 없이

책 속의 리딩을 다 헤일 듯 합니다.

가슴 속에 하나,둘 새겨지는 리딩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마감이 오는 까닭이요,

오늘 밤이 얼마 남지 않은 까닭이요,

아직 나는 11학번이 들어오지 않은 까닭입니다.

리딩 하나에 추억과

리딩 하나에 사랑과

리딩 하나에 씁쓸함과

리딩 하나에 슬픔과

리딩 하나에 퀴즈와

리딩 하나에 교수님, 교수님

교수님, 저는 리딩 하나에 힘든 말 한마디씩 불러봅니다.

국정개를 같이 수강하는 아이들의 이름과

키신저, 메테르니히, 비스마르크, 이런 이국 정치가의 이름과,

벌써 전공진입한 선배들의 이름과

학점에 시달리는 친구들의 이름과

국정개, 심개, 경원, 정원,

‘한스 모겐소’, ‘케네스 왈츠’

이런 이론가들의 이름을 불러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가까이 있습니다.

마감이 놀랍도록 가깝듯이

교수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16동 5층에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리딩이 내린 교재에

내 이름자를 써보고

책장을 덮어 버리었습니다

딴은, 밤을 새워 리딩하는 벌레는

부끄러운 과제를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2학기가 지나고 전공진입을 하면

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학적이 쓰인 마이스누에도

자랑처럼 ‘외교학과’라고 쓰여있을 것이외다.

하...ㅋㅋㅋㅋ 진짜 와 ㅋㅋㅋ 사회대 진심 최고인듯...ㅠㅠㅠㅠ

국제관계는 복잡하다는데 / 뉴스과제가 이렇게 쉽게 씌여진다는 것은 / 부끄러운 일이다.

이부분이 제일 최고인 거 같아요 ㅠㅠ 국제관계가 이렇게 복잡하다는데 왜 뉴스과제는 이다지도 쉽게 쓰여지는 것인지...엉엉...ㅋㅋㅋ

내 학적이 쓰인 마이스누에도 자랑처럼 '정치외교학부'가 쓰여 있.. 있...을까?!

이런.. 국정개드립...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