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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otion:/From.To.

연옥님이 보고계셔.

은유니 2010. 8. 29. 13:32





너흰 행복하냐?
행복한 놈들 손들어 봐.
행복하고 싶은 녀석들은?

문득 학교 교정을 거닐다보니 그런 생각이 들었다.
에이뿔에 목매달고 복수전공, 토익점수에 목매다는 너희들은 무슨 생각으로 그리 충실히 사는지.
이제 막 애기때를 벗은 너희들이 말이다.
흡사 연어때 같더구나. 산란을 위해 맹목적으로 강상류를 올라가는 수많은 연어때들.
너희들도 공무원이나 대기업 회사원같은 그런 좋은 타이틀을 위해 좁은 문을 비집고 들어가려 벌써부터 안간힘을 쓰고 있지.
C를 주었더니 차라리 F를 달라고 울상짓던 너희 선배를 보니 더욱 그랬다.
너희들을 책한다거나 잘못되었다고 이야길 하려는 건 아니다.
모든 건 다 너희들의 삶이다.
그리고 아직 갈길이 먼 너희들에게 정해지지 않은 앞 날이란 게 많이 무섭겠지. 뭔지도 모르겠고.
그런 미래에 정해진 길이 있다면 그걸 따르는 건 어쩜 당연한 건지도 모른다. 잘 살아가는 건 중요한 거니까.
게다가 예전 너희들은 학교에서 공부만 열~심히 하라고 배우지 않았느냐? 그럼 성공한다고.
근데 막상 너희가 대학에 들어가자 앞으론 다 너네가 알아서 해야한다고 하지.
그때부터가 진짜 시작인데 말이다.
뒤통수를 치는거야. 다 컸으니 알아서들 하라고.

얼마나 막막하냐,
그 광활한 자유가.

그래, 너흰 성년이다.
그리고 너희 인생은 너희가 선택해야 한다.
허나 어쩌면 너희들은 너희 스스로가 '선택하는 법'을 배운 적이 없는지도 모른다.
선택해 본 적이 없으니 누군가 '나는 성공했쏘오, 부자됐쏘오.' 하는 사람들의 말을 넙죽넙죽 따르는게야.
좋은 차를 몰고 고기만 먹을 것 같은 사람들의 말을.
그 사람들 말이 그렇거든...
'열심히 사세요. 목표를 세우고, 아침에도 일찍 일어나고, 운동도 열씸히 하고, 영어도 하고, 뭣도 하고, 뭣도 하고... 다-아 하세요.'
에휴 숨이 막힌다.
그래도 너넨 열심히 따른다.
아주 열심히.
때론 열심히 하지 않는 스스로를 경멸도 해가면서.
그렇게 힘든 하루들을 말이다.

왜? 왤까?
그럼 불안하지 않아도 되거든.
그 무책임한 자유에서 벗어날 수 있거든.
그게 편한거다. 메뉴얼이 있다는게.

교육자인 나 때문이고, 그리 가르치라 시킨 나랏님들 때문이고, 또한 너희 때문이다.
예전엔 보도블럭이라도 깨트려 던져 못된 세상에 화풀이라도 했다지만 이젠 더 이상 그런 세상도 아닌 듯 하구나.

잠시 멈춰 청록의 나무를 바라보아라. 또한 시간은 그리 빠르게 흘러가진 않는다.
날이 좋지 않느냐.

연어는 자신이 '왜' 상류로 거슬러 올라가는지 알고 있다.
너희들은 너희들만의 '왜'를 알고 있는게냐?
반짝이는 이 순간 순간을 정작 너희들은 모르는 것 같아 안타깝구나.

어떠냐?
터질 것 같이 너흴 뒤흔드는 무언가는 정녕 없었던게냐?

만약 그 왜를 찾기 위해 내 수업시간을 쓰겠다면 내 인정해주마.
A를 주겠다.
내게 이야기 해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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