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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운 예로, 누군가 머리카락이 금발이라고 해서 그 사람을 칭찬하거나 누군가 머리카락이 곱슬이라고 해서 그 사람을 비난해서는 안 된다. 이것은 그 사람이 '어쩔 수 없는' 조건, 즉 타고난 조건이다. 우리가 남녀평등이나 인종차별 폐지를 얘기하는 것도 이러한 인식을 공유하기 때문이다. 성별이나 인종은 우리가 어쩔 수 없는 조건이다. 따라서 그것을 구실로 '동등하지 않게 대우(즉 차별)'해서는 안 된다. 도덕적 권리에 관해서도 똑같이 말할 수 있다. 흑인이라고 도덕적으로 더 배려받아야 한다거나, 황인이라고 덜 배려받아야 한다고는 할 수 없다.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도덕적 권리가 줄어들어서도 안 된다. 이런 것은 우리가 어쩔 수 없는 요인이며, 따라서 이것 때문에 도덕적 권리가 달라져서는 안 된다.

(중략) 우리가 지금 논의하려는 바는 '동물에게 인간과 동등한 도덕적 권리가 있는가' 하는 점이고 여기서 중요한 것은 '생물학적 종'이며 이것은 명백하게, 누구도 스스로 어쩔 수 없는 요인이기 때문이다.


내가 읽은 어떤 책에서는 핀란드로 유학하러 간 저자가, 아이를 핀란드의 유치원에 보낸 이야기가 나온다. 저자는 아이를 유치원에 보낸 지 얼마 되지 않아 그곳 교사에게 상담 요청을 받았고, 찾아가서 교사와 만났다. 교사는 예상대로, 아이가 핀란드어를 전혀 모르는 상태라 다른 아이들과도 어울릴 수 없을 뿐더러, 더 중요하게는 자신과도 소통이 되지 않아서 돌보기가 어렵다고 했다. 그런데 그 다음에 교사가 한 말은 정말 뜻밖이었다. 교사는 아이에게 얼른 핀란드어를 가르치라고 한 것이 아니라, 자기가 한국어를 배워볼 테니 한국어를 가르쳐 달라고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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