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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리 강제 폐지

은유니 2009. 2. 14. 22:23

저는 삼현여고 Cenacle의 10기 동아리원이자, 2009년 3월에 3학년이 되는 재학생입니다.

저희 학교에서는 3월 초에 동아리 홍보를 하고, 2학년들이 중심이 되어 면접 등을 통해 신입생을 모집하게 됩니다. 그렇게 모인 동아리원은 매달 셋째주 토요일에 있는 '전일제 계발활동' 시간에 동아리실로 정해진 반에 모여 활동을 합니다. 그리고 그 활동 성과를 2학기 기말고사 이후 12월에 있을 학교 축제기간의 둘째날에 동아리 전시를 통해 보이게 됩니다.

저희 동아리를 포함하여 현재 삼현여고에는 25개의 동아리가 존재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동아리가 10년 이상 존속되어 왔습니다. 동아리 활동은 모두 각자의 취미, 관심에 따라 자발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며, 정규 수업으로는 할 수 없는 많은 체험들을 직접 경험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기능을 합니다.



며칠 전 동아리 회장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현 교장 선생님께서 "공부와는 관련이 없는 동아리를 전부 없애겠다' 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활동이 미진하거나, 축제 기간에 좋은 모습을 보이지 못한 동아리를 없앤다는 것이 아니라, '공부'와 관련이 없는 동아리를 없앤다는 말이었습니다. 또한 동아리제 자체가 폐지되고, 모든 것은 '선생님의 관할하에 이루어지는' CA활동으로 전환됩니다. (그것 역시 공부와 관련된 것이 아니라면 CA 전환도 불가능) 신입생은 2학년들에 의해 이루어지는 면접에 의한 것이 아니라, 그저 각 반 별로 몇명씩, 혹은 선생님의 지도하에 가고 싶은 사람들 순으로 학년당 몇명 정도로 뽑혀집니다. 3월 초에 있을 동아리 홍보 역시 일절 금지되며, 그럼에도 홍보가 이루어 졌을 시 학생부에 의해 처리된다고 들었습니다. 결과적으로, 학생에 의한 주체적인 활동은 보장받지 못하게 됩니다.

토요일에 이루어졌던 전일제 계발활동은 폐지되며, 그 시간에는 정규수업이 실시됩니다. 본래 이루어졌던 계발활동은 평일 중 한시간 정도로 배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또한 12월에 있었던 축제는 기말고사 전인 11월 중 하루로 전환되며, 둘째날에 있었던 동아리 전시 역시 없어집니다.



동아리란, [같은 뜻을 가지고 모여서 한패를 이룬 무리] 입니다.
학생의 활동과 그 뜻이 '공부'에만 국한되어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당신은 '학교의 목적은 공부'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하지만 본디 공부가 '대학을 위한, 입시를 위한' 공부만을 의미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학교를 통해 작은 사회를 형성해가고, 선후배간의 교류를 통해 같은 경험을 공유하고, 스스로 무언가를 한다는 것, 그러한 모든 것이 '공부'에 속하지 않는다고 말씀하시는 건가요?

화투장(타로카드) 갖고 점이나 치고, 조조할인으로 영화나 보러 다니는 게 무슨 동아리냐?
  동아리 하고 싶으면 동아리 하는 학교로 전학가라. 전학시켜 주겠다.
  학교의 주인은 교장이다. 그건 법으로도 명시되어 있는 것이다.
  학교 목적은 공부다. 이에 어긋나는 질문은 듣지 않겠다.


예, 학교의 목적이 공부라면, 두발단속이나 복장규정 따위의 존재의미는 어디에 있는 것입니까? 저희는 그저 학교에 방침에 따라 무작정 따르기만 하는 수동적인 존재로 3년간 학교에 의해 '규제되어야만' 하는 대상입니까? 학생들의 의견을 모아서 회의를 나누어라고 학생회를 만들어놓고, 학생회장에게 '회장이 되어서 교장 말을 듣지 않느냐'고 하신다면 저희는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이죠? 할 말이나 궁금한 것이 있으면 질문을 하라고 하시면서, 그에 대해 듣지 않겠다고 말씀하신다면 도대체 저희가 무슨 말을 할수가 있는 건가요?

수업에 대한 건의를 한 것도 아닙니다, 교칙에 대한 언급을 한 것도 아닙니다. 저희는 동아리를 폐지하겠다는 선생님의 말에 항의를 한 것도 아니고, 학생회 회의를 통해 선출된 의견을 논리적으로 '제시'해보고자 한 것일 뿐입니다. 그것을 교장의 권위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이신다면, 저희들의 의사표현의 자유는 어디에 가서 찾아야 하는 것입니까?

다수의 다른 교직원 선생님들께서도 반대를 한다고 들었습니다. 많은 선생님들이 동아리 담당으로 소속되어 있고, 그것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존재할 것이기에 당연한 것입니다. 하지만 당신은 그런 선생님들의 말씀 조차도 귀담아 듣지 않으셨습니다.



학교 교복이 흔치 않은 계량한복이기에, 주변의 시선을 많이 받게 된다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교복은 저희가 정한 것이 아닙니다. 외출시에도 교복을 입고 다녀라는 가정통신문을 배포한 것은 선생님이셨습니다.(물론 그런 가정통신문 자체도 우스운 것입니다만.) 어떤 학생의 일부 문제있는 행동 때문에 다수가 피해를 입는 것이 당연시 되는 건가요?

사립학교에서는 교장선생님께서 전권을 쥐고 계시는 것이 당연합니다. 분명 그렇습니다. 하지만 그 말이 '교장=독재자, 학생=피지배자' 와 동일시 되는 것은 아닙니다. 선생님들 역시 의견을 제시할 권리가 있고, 저희 역시 저희들의 활동을 보장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교육이라는 것에 포함된 '문화활동' 같은 것을 누려야 할 권리와 의무가 있습니다. 권위주의적 사고에 사로잡혀 놓치는 것이 많은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은 해보시지 않으셨습니까.


애초에 이럴 것이라면 동아리를 왜 만들도록 허락하였으며, 지난 축제가 끝난 이후, 우수 동아리 전시상은 왜 시상한 것입니까? 의미 없는 것이었다면 시작조차 하지 못하도록 막으셨어야 옳지 않은가요?



그러니까 '동아리 활동 때문에 학교 이미지가 안 좋다'라는 말을 하려던 것이었나요?
아니면 '그까짓 동아리 활동 때문에 서울대에 한 명도 합격하지 못했다'라는 말을 하고 싶으신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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